밝은 곳에도 그림자는 있다…용산역 노숙자들 [쿠키청년기자단]

기독교 봉사단체 ‘프레이포유’ 김선종 목사가 노숙자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맹찬호 객원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역에 노숙자가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기독교 봉사단체 ‘프레이포유’가 노숙자에게 나눠줄 김밥과 간식 등을 봉투에 담고 있었다. 노숙자들은 김밥 앞에서 긴 줄을 만들어 순서를 기다렸다.

프레이포유 김선종 목사가 간식을 전달하며 대화를 건넸다. 말이 없던 노숙자가 작게 입을 벌렸다. 벨트가 해져서 바지가 흘러내린다는 이야기였다. 김 목사는 메모를 하고 “벨트가 구해지면 다음 주 이 시간에 가지고 오겠다”고 답했다.

용산역 담당 역무원이 다가왔다. 역무원은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가 들어오고 있으니 봉사활동을 중단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말이 끝나자 노숙자들은 눈치를 보더니 간식 봉투를 들고 흩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어려워졌다. 봉사단체 활동가는 “대부분의 서울지역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다. 우리가 나오지 않으면 거리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생각해 보라”라고 말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용산구 거리지킴이.   사진=맹찬호 객원기자

폭행·성추행 이중고 여성 노숙자


지난해 발표된 ‘서울시 재난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노숙자 1,014가구 중 여성은 148가구, 남성은 866가구였다. 여성 노숙자 비율은 남성 노숙자에 5분의 1 수준이었다. 여성 노숙자는 가족해체(33.1%), 가정폭력 등 불화(31.8%), 실직·사업실패(19.6%), 구직기회 감소(19.6%) 등 다양한 이유로 노숙을 시작했다.

용산역을 떠도는 여성 노숙자를 만났다. 여성 노숙자 A씨는 20년 전부터 노숙 생활을 했다. 그가 가장 힘든 건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A씨는 최근 한 남성 노숙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간식을 받으려고 선 줄에서 가해자가 새치기를 했고, 이에 항의하자 맞았다. A씨는 “사람이 무섭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싫다”고 말했다.

성희롱과 성추행도 잦다. 용산역 인근에서 노숙중인 B씨는 “밤을 보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남성 노숙자가 옆으로 다가와 손과 다리를 만지며 괴롭힌다”고 말했다. B씨는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려 한다”고 했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 천막과 비닐로 외벽을 만든 용산역 텐트촌 모습.   사진=맹찬호 객원기자

용산역 다리 밑 작은 사회 ‘노숙인 텐트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용산이 그렇다. ‘용산역 텐트촌’에는 20여 명의 노숙자가 모여 하나의 사회를 만들었다. 15년 전부터 형성된 이곳은 텐트와 천막, 종이상자 등으로 만든 집이 전부다.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났고, 악취와 모기가 극성이었다.

텐트촌에 사는 김씨는 담배를 피며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는 봉사단체와 교회 등에서 준 도시락과 간식이었다. 서울시에서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공공일자리를 지원한다. 김씨도 이 사업을 통해 일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공공일자리가 줄었다. 그는 다시 소속을 잃었다.

이번 겨울을 나는 것이 고민인 김씨에게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텐트촌에 조만간 공사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돈 것이다. 유일한 터전이 남의 땅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까지 밀려나면 그다음은 어디일지 막막하다고 김씨는 말했다.

맹찬호 객원기자 mch5555@naver.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뉴스에서 많이 본 뉴스
주요기사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