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다고 사고 막아지나” 한강 금주구역 검토에 의견분분

한강공원.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찬반은 팽팽하다.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찬성 의견과 “지나친 규제”라는 반대 의견으로 나뉘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건강증진과와 한강사업본부 등 관련 부서는 조만간 금주구역 지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따라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지정 범위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은 음주폐해 예방과 주민 건강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일정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술을 마신 사람에겐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내달 30일부터 시행된다.

한강공원은 도시공원법이 아닌 하천법 적용을 받는 시설이라는 이유로 그간 음주 단속 대상에서 빠졌다. ‘서울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특정 장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관내 음주청정지역은 시가 직접 운영하는 도시공원 남산공원·월드컵공원 등 22곳이다. 음주청정지역에서 ‘음주로 인해 심한 소음·악취를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사람’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한강공원은 도시공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주 구역 검토에는 국민건강증진법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 식당 영업이 10시까지로 제한돼 늦은 시간까지 한강공원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고 손정민(22)씨 사건 이후 길거리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고 손씨는 지인과 술을 마신 뒤 실종 엿새 만인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날 서울시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는 ‘한강공원을 금주 공원으로 하고 보안관리와 청결을 강화해 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영등포구에서 사는 시민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고 손씨 사건을 언급하며 “일단 과음을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한강공원에는 새벽 2~3시에도 토하고 쓰러져 있는 청소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올림픽공원 등 일반 공원처럼, 한강공원도 공원내 음주를 단속해달라”고 촉구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진작에 시행 됐어야 했다”며 찬성 의견이 나왔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황모(31·여)씨는 “늦은밤 한강공원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술판에 흡사 술집 같은 분위기”라며 “아침까지도 악취와 술 냄새가 진동한다. 공원에서 취식 및 음주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장소 음주에 관해 한국이 해외에 비해 관대한 게 사실이다. 미국 뉴욕주는 공공장소에서 개봉한 술병을 들고만 있어도 벌금 1000달러(약 112만원)나 6개월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호주는 공공장소에서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에게 최고 590호주 달러(약 51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금주 정책을 시행하는 168개국 중 거리나 공원에서 음주를 제한하는 나라는 총 102개국에 달한다.

반면 “너무 과한 조치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34)씨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아닌가”라며 “코로나 시국에 한강공원이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였는데 아쉽다”고 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술 먹다가 사고 났으니까 술 마시는 걸 금지한다? 과연 해결법이 될 수 있을까” “한강에서 음주 금지하면 실종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전형적인 ‘헬조선’ 군대식 사고다”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CCTV를 늘리거나 순찰 인력을 늘리는 방식이다. 고 손씨 사건에서 진상규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CCTV 부족이 지적됐다. 시내에는 총 11곳의 한강공원이 있다. 전체 길이가 85km에 달한다. 한강공원에 설치된 CCTV는 총 163개. 평균 500m당 1개꼴이다.

서울시는 특정 사건과 금주구역 지정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지자체에 금주구역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개정안은 지난해 10월29일에 만들어진 내용이다. 특정 사건과는 별개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검토 중일 뿐이고 주민 의견 수렴도 거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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