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암흑물질로 의심되는 신호를 끝까지 추적한 끝에 진위를 가려내며 암흑물질 탐색의 새로운 검증 기준을 제시했다.
IBS 암흑물질액시온그룹 윤성우 CI 연구팀은 액시온(axion) 후보 신호를 독립 실험장치와 고감도 재탐색으로 정밀 검증해 실제 암흑물질 신호가 아님을 확인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탐색 민감도를 확보해 액시온 탐색 영역을 넓혔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흑물질 발견 가능성이 있는 후보 신호를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지를 실험으로 입증한 것으로, 향후 액시온 신호가 관측되더라도 독립적인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을 제시했다.
액시온은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강한 상호작용의 CP 대칭성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가설 입자다.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일반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직접 관측되지 않았지만, 우주 질량의 약 8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연구자들은 강한 자기장과 극저온 환경에서 공진기를 이용하면 액시온이 매우 약한 마이크로파 신호로 변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장비 잡음이나 외부 환경 변화만으로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날 수 있어, 후보 신호를 발견해도 반드시 독립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기존 탐색 과정에서 일부 측정 정보가 누락돼 분석하지 못했던 1.033~1.037GHz 구간을 다시 분석했다.
누락된 데이터를 보완한 결과 1.036GHz 부근에서 액시온 후보 신호를 확인했다.
이 신호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고, 액시온이 존재할 경우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좁은 스펙트럼 형태와 공진기 응답 특성도 이론과 잘 일치했다.
연구팀은 실제 액시온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즉시 후속 검증에 착수했다.
먼저 기존 장비와 완전히 독립된 실험장치에서 같은 주파수 대역을 다시 측정했다.
이어 후보 신호를 처음 발견했던 12테슬라(T) 액시온 탐색 장치에서도 수개월 동안 반복 측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두 실험 모두 같은 신호를 다시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해당 신호가 새로운 암흑물질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발생한 신호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검증에 그치지 않고 1.026~1.045GHz 구간을 이전보다 더 높은 민감도로 다시 탐색했다.
그 결과 해당 영역에서도 액시온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액시온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기존보다 더욱 좁히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일부 주파수에서는 액시온 신호 세기를 예측하는 대표 이론인 DFSZ 모델 수준에 근접하는 탐색 민감도를 확보했다.
DFSZ 모델은 액시온이 표준모형 입자와 매우 약하게 상호작용한다고 예측하는 대표 이론으로, 이를 검증하려면 초전도 자석과 극저온 환경, 양자 한계 수준의 저잡음 증폭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실험 기술이 필요하다.

이번 성과는 암흑물질 후보 신호를 발견하면 독립 장치에서 재검증하고, 같은 구간을 더 높은 민감도로 다시 탐색해 최종 판단하는 검증 체계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액시온 탐색이 더욱 정밀해질수록 실제 발견 여부를 판정하는 핵심 절차로 활용될 전망이다.
윤 박사는 “암흑물질 탐색은 신호를 발견하는 것만큼 그 신호가 실제 자연현상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로 더 정밀한 탐색과 객관적인 검증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IBS 안새벽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 결과는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논문명: Extended Haloscope Search and Exclusion of a Candidate Signal near 1.036 GHz)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