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었음 청년이 아니라, 기업이 신입을 안 뽑는 채용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쉬었음’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분류하는 용어다. 정부는 쉬었음 청년의 구직 의욕을 높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직을 단념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과거 쉬었음 청년은 ‘백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요즘 쉬었음 청년들이 넘어야 할 취업 문턱은 과거 백수들에 비해 높아졌다. 신입 채용 공고에서도 경력을 요구하다 보니, 인턴을 두세 번 하는 청년들이 나타났다. 경력을 쌓을 곳 없는 청년들은 800만원이라는 거액을 내고 유료 취업프로그램을 수강해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했다. 이런 구직 풍경은 백수들의 시대엔 없었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스펙을 쌓아도, 탈락이 반복되면 구직 의욕을 잃는다. 누구나 그렇다. 쉬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면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지고 친구들과 관계가 하나둘 끊기다 보니 은둔‧고립 상태로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2024년 연속 청년이 은둔 상태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취업이 잘되지 않아서’가 1위를 차지했다. 취업난과 사회적 고립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청년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5년간 10조원이 넘는 청년 고용 예산 대부분이 직무능력 향상에 투입됐다. 기업이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면, 정부가 일경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경력을 심어주는 식이었다.
해외는 달랐다. 청년 고용을 기업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바라봤다. 영국은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때마다 보조금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기업이 직원의 직무교육을 실시할 경우 지원금을 제공한다. 일본은 청년 채용에 적극적인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신입 채용과 교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운 데다 이직이 늘어나면서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원하게 된 것이다. 합리적 선택에도 함정이 있다. 모든 기업이 경력 있는 신입을 뽑으면, 경력 없는 신입이 발붙일 자리가 없어진다. 개별 기업의 합리성이 사회 전체의 비합리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구조를 바꾸는 건 청년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정부가 청년 고용을 늘리는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대통령이 재계 총수를 만나 “청년을 더 뽑아달라”고 하면, 갑자기 기업이 신입 채용 문을 연다. 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 모두 예외가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10대 기업 총수를 만나 취업 기회 확대를 당부했고, 10대 기업들은 5만16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화답했다. 당장의 일자리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당부를 해야 한다.
청년들은 언제까지 스펙과 경력을 쌓아야 하나. 신입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기업에 훈련비를 보전하고, 세제 혜택을 주고, 채용 후 훈련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채용 문제의 공동 주체로 세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쉬었음 청년이 진짜 쉬고 싶어서 쉬는 게 아니다. 안 뽑음 기업부터 바꿔야 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