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8일 (3)
2030·중도층·참정권 구호…올림픽공원 시위서 줄어든 3가지 

2030·중도층·참정권 구호…올림픽공원 시위서 줄어든 3가지 

‘참정권 보장’ 외치던 청년·중도층 떠나고…‘음모론’ 공간으로 변모
초창기 올공 시위 분위기 희미…성조기 가득한 ‘강성 우파’ 무대로

승인 2026-06-30 06:00:05 수정 2026-06-30 09: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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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방법 현장취재, 당사자 인터뷰, 공공데이터, 전문가 인터뷰
주제 장기화된 시위가 청년·중도층 이탈과 음모론 확산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생활인구 수치는 특정 시점 기준입니다. 주말 등의 상황은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관전포인트 초기 참정권 요구가 어떻게 부정선거론과 정치적 상징 확대로 바뀌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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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개표소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3 게이트 앞에
잠실 개표소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3 게이트 앞에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손팻말이 붙어 있다. 유정민 기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26일째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선거 관리 부실을 규탄하고 참정권 보장을 요구했지만,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의 성격은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2030 청년들과 중도층이 떠나간 현장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강성 우파 세계관’을 전파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참정권 구호는 희미해졌다.

29일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7시 기준 올림픽공원이 위치한 송파구 오륜동의 20~30대 생활인구(6181명)는 60대 이상 생활인구(7741명)보다 적었다. 생활인구는 서울시 공공데이터와 통신데이터로 측정한 특정 지역,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내국인 인구를 뜻한다.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인 시민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은재 기자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인 시민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은재 기자
3주 전 상황은 달랐다. 올림픽공원에서 처음 시위가 시작된 지난 5일 오후 7시 기준, 20~30대 생활인구 수(8725명)는 60대 이상 생활인구 수(6277명)보다 훨씬 많았다. 청년층은 2500여명이 감소한 반면 중장년층은 1400여명이 증가한 것이다.

일부 2030 청년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신규 유입되는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0일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면서도 올림픽공원에 잠식된 부정선거론과는 선을 긋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잠실 개표소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유정민 기자
잠실 개표소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유정민 기자
지난 3주간 사라진 건 2030 청년들뿐만이 아니다. 중도층도 자취를 감췄다. 중도층이 빠져나간 자리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과 특정 정치 세력 인사들의 무대가 됐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유튜버 전한길 씨 등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인물들이 잇따라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찾아 강연이나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초창기 시위에 참여했다가 발길을 끊은 민모(24·남)씨는 “초기에도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분들이 계시긴 했지만, 다른 시민들이 만류하는 분위기였다”며 “지금은 성조기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정치적 개입이 너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을 계속 지켜온 강모(31·남)씨 역시 “요즘은 ‘윤어게인’ 티셔츠나 미국 강성 우파의 상징인 ‘MAGA(마가)’ 문구가 적힌 모자를 착용한 사람들이 늘고 현장 분위기가 우파로 쏠려 있다”며 “참정권 침해를 바로잡으러 왔다가 A-WEB이니 부정선거니 하는 음모론을 마주하면서 생각했던 방향과 달라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A-WEB은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속한 국제기구다. 일부 음모론자들은 이를 통해 국내 부정선거 시스템을 각국에 퍼뜨리고 중국과도 연루됐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손팻말이 부착돼 있다. 임은재 기자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손팻말이 부착돼 있다. 임은재 기자
중도층이 빠져나가자 자연스럽게 구호도 바뀌었다. 지난 18일과 26일 찾은 현장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태극기뿐만 아니라 성조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었다. 태극기만 가득했던 초창기와 달리 성조기 비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수십 개의 성조기를 이어 붙여 거대한 돛 모양으로 만든 깃발까지 등장했다. 참정권 보장과 재선거 요구로만 한정됐던 시위 초기 분위기는 사라진 모습이다.

지난 25일부터는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 앞에서 ‘한미공조 국제 수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나이대별로 분류돼 진행 중이다. 1000만명을 채워 백악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잠실 개표소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손팻말이 붙어있다. 유정민 기자
잠실 개표소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손팻말이 붙어있다. 유정민 기자
변화한 시위 양상은 인근 상권으로까지 번져 사회적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올림픽공원역 인근에 위치한 한 한식당 직원은 “매장 내에 태극기를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빨갱이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며 “직접 태극기를 그려 들고 다니던 초창기 청년들과 달리 요새는 성조기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고 토로했다.

올림픽공원역 인근에는 “부정선거를 외치는 분들의 영업장들과 상품들만 사용하자”는 손팻말이 붙어 있는 상황이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와 함께 SNS와 유튜브 등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음모론 확산이 쉽고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 역시 올림픽공원 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공론장이 음모론에 잠식되지 않도록 극단적인 주장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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