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센서로 땅꺼짐 예측”…서울시, 첨단기술로 싱크홀 막는다

“AI·센서로 땅꺼짐 예측”…서울시, 첨단기술로 싱크홀 막는다

위성영상·광섬유 센서 등 6개 신기술, 서울 굴착공사장서 현장 실증
전문가 “지속적인 실증과 데이터 확보 중요…실효성 높여야”

지난 3월 24일 갑작스러운 땅 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한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현장. 이날 명일동 동남로에서는 오후 6시 30분쯤 폭 20m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곽경근 기자

서울시가 인공지능(AI)과 센서 융합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싱크홀(땅꺼짐) 사고 예방에 나선다. 시는 최근 신기술 공모를 통해 6건의 지반침하 예측 및 탐지 기술을 선정하고, 이달 말부터 현장 실증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이후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지난 4월 30일부터 열흘 간 신기술을 공모해 총 22건의 기술을 접수받았고, 지반안전 관련 학회 및 협회 13곳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심사위원회를 통해 최종 6건의 기술을 골랐다. 기술성·경제성·현장 적용성·기대효과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

선정된 기술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센서 융합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지반침하 조기 탐지 및 예측 시스템이다. 위성영상과 AI를 활용한 침하 위험 예측 기술, 센서를 통한 실시간 계측이 가능한 스마트 계측 시스템, 침하 발생 시 자동 점등되는 현장 경고 시스템, 광섬유 기반의 침하 탐지 기술 등이 포함됐다.

예컨대 ‘지반침하 안전 신호등’은 경고등이 부착된 장치를 땅속에 매설해 침하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방식이다. 분포형 광섬유 센싱 기술은 광섬유에서 발생하는 산란신호를 분석해 지반 내 침하 조짐을 감지한다.

또 위성영상과 공간정보를 AI가 분석해 넓은 지역의 침하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는 기술도 도입된다. AI가 위성 이미지와 GIS(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를 연계해 위험지도를 자동 생성하는 방식으로, 서울시는 약 70~80%의 예측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기술을 대규모 굴착공사가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4단계(1~3공구) 구간과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조성 현장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현장 실증은 7월 넷째 주부터 약 5주 간 진행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모 단계부터 참여한 외부 전문가들이 실증 결과를 평가하도록 해 기술의 신뢰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라며 “실증이 완료되면 전문가의 최종 심사를 거쳐 우수 기술을 선정하고, 하반기부터 서울 시내 주요 굴착공사장에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도입하려고 하는 ‘지반침하 안전신호등.’ 서울시 제공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해당 기술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싱크홀 예측 기술의 실현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스마트 기술의 실효성 검증과 함께 보완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AI를 활용한 예측 기술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단계에 와 있지만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지하수 상태, 지질 정보, 인접 구조물, 강우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기초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시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신뢰도를 갖추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섬유 센싱 기반 탐지 기술에 대해서도 그는 “지반 특성이나 암반의 유무, 지하수 조건 등에 따라 감지 정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하나의 센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여러 기술을 조합해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서울시의 이번 시도에 대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실증을 반복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나간다면 장기적으로 기술의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공학 업계 관계자는 “지반침하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공사 안전성과 시민의 불안감 해소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지반 조건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여러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과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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