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여름,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상한 여름,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김종우 (사)나무가심는내일 사무총장


7월 초순, 서울의 지면 온도가 50도에 육박하고 있다. 한낮에 거리를 걷는 것이 위험하다는 보건 당국의 경고가 매일 반복된다. 에어컨 없이 하루를 보내기 힘들고, 바깥 활동을 줄이라는 안내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나온다. 

그러다가 며칠 뒤엔 쏟아진 집중호우로 도시가 마비됐다. 지난 산불로 나무가 사라졌던 산에서는 결국 산사태가 일어났고, 무너진 흙더미에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예견된 재해였지만, 막지 못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닥치고, 예고 없는 재난 문자가 일상이 됐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조용하다. 지금 이 이상한 여름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는다. “이건, 괜찮은 걸까.”

기후학자들은 말한다. 지구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3도 이상 더워졌고, 이는 단순히 계절의 길이가 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바다에서는 산호초가 사라지고, 북극의 얼음은 줄어들며, 땅속 탄소 저장고였던 영구동토층이 깨어나고 있다. 그 변화는 농업과 어업, 건강과 노동환경, 그리고 노인과 아이들 같은 취약한 생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를 넘어서면, 지금까지 우리가 의지해온 ‘안정된 기후 체계’는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경고다. 문제는, 그 위기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미 어느 지역은 폭염에 지치고, 다른 공동체는 가뭄이나 산불에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 가장 약한 생명들에게 먼저, 더 깊게 찾아온다.

이처럼 분명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나는 교회에게도 묻고 싶다. 

“기후위기 앞에서, 교회는 어떤 응답을 할 수 있는가.”

신앙은 언제나 시대의 고통에 응답해 왔다. 교회는 아픈 시대의 한가운데서 기도했고, 행동했고, 생명을 살려냈다. 하지만 유독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너무 늦게 말하거나, 혹은 너무 조심스럽게 말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창조세계를 회복하자는 목소리와 생태영성을 강조하는 흐름도 생겨났다. 그러나 여전히 실천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불의와 생존’의 문제이자, ‘신앙의 윤리’와 ‘선교의 방향’을 다시 묻는 신학적 과제다. (사)나무가심는내일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교회들과 함께 숲을 통해 신앙의 응답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질문한다. “말씀을 뿌리는 선교만큼, 땅에 생명을 심는 선교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실천한다. 기념일을 나무심기로 전환하는 교회들이 있고, 여름휴가 대신 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떠나는 목회자들도 있다. 올여름, 몇몇 교회들이 기후위기의 현장인 몽골을 찾아간다. 어떤 교회는 창립기념일을 ‘숲 조성’으로 기념하고, 어떤 교회는 ‘목회자 비전트립’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살핀다.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이 여정은, 교회가 세상 앞에 드러내는 신앙의 언어이자 선교의 형식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앞당겨진 미래 속에서, 우리는 어떤 교회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조용히 나무를 심고 있다. 숲은 땅 위에만 세워지지 않는다. 숲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위에, 그리고 다음 세대를 품으려는 교회의 마음 위에 뿌리내린다. 우리는 너무 더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의 교회는 지금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까?”


김종우 (사)나무가심는내일 사무총장은 숲을 통해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교회의 선교적 전환을 꿈꾸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기후피해 지역에 나무를 심고, 생명을 살리는 신앙과 실천을 잇는 길 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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