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22일자로 폐지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해킹 사태 여파로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지면서, 가입자 유치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단통법 폐지 이후 지원금 지급 기준을 밝혔다. 모든 지원금 관련 사항을 계약서상에 명확히 밝히기만 한다면 현금 페이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선이 사라지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출고가를 웃도는 수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통신사 및 유통점은 계약 체결 시 몇 가지 조건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지원금 지급 주체와 방식 △지원금 지급과 관련된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이용 조건 △초고속인터넷과의 결합 조건 등을 계약서에 적어야 한다.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제한이 완화되면서 통신사 간 마케팅 경쟁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최근 해킹 사태 여파로 시장 점유율이 10년 만에 4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를 보면 5월 기준 SK텔레콤의 가입자 수(기타 회선 제외)는 2213만8806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39.2%를 차지했다. SK텔레콤의 40%대 벽이 무너진 것은 2015년 2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위약금 면제에 이어, 8월부터 요금 할인과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십 혜택 확대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경쟁이 다시 불붙을 경우,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이에 대응해 마케팅 수위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플립7·폴드7’이 오는 25일 출시를 앞두고 있어, 첫 번째 시장 분기점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단통법 폐지 이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프리미엄 단말기인 만큼,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나온 갤럭시 Z6 시리즈의 사전 판매량(9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에는 애플의 아이폰17도 출시될 예정으로, 프리미엄폰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경쟁은 한층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끝나는 시점에 SK텔레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는 상황이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갤럭시 Z 시리즈도 나오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통신업계 전반에 지원금 경쟁이 재점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일부에서는 시장 질서가 다시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방통위는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3사의 유통망 대상 변경 제도와 신규 계약서 양식 등의 교육‧전달 현황을 21일 재점검했다”며 “주 2회 방통위와 이통 3사로 구성된 ‘단통법 폐지 대응 TF 지속 운영하고, 유통점 현장 간담회(시행 직후), 전국 유통점 준비 상황 모니터링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