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백의종군’…국민의힘 경선 판도 흔드나

오세훈의 ‘백의종군’…국민의힘 경선 판도 흔드나

12일, 전격 불출마 선언…“보수, 이제 바뀌어야”
“다시 성장·약자 동행” 강조…당내 경쟁자들, 잇따라 철학 계승 메시지
당내 구도 재편 불가피…정책 조율자 역할 가능성도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한 가운데,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불출마를 넘어 ‘보수 재건’의 마중물 역할을 자처한 이번 결단은 향후 국민의힘 경선 구도는 물론 당의 정체성과 노선 논쟁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수 정치가 국민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며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저마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에 빠져선 안 된다”며 스스로를 향한 자성의 메시지도 던졌다.

특히 그는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아젠다로 제시하며 보수가 사회적 책임을 회복해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즉각 당내 주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나경원, 안철수, 한동훈, 유정복, 홍준표 등 주요 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SNS를 통해 오 시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그의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언이 단순한 불출마가 아닌 ‘보수 가치 재정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 시장이 불출마 회견을 통해 당의 정체성과 핵심 아젠다를 짚고 나선 만큼 향후 경선 구도의 흐름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이번 결단은 정치적 기로마다 책임을 선택해 온 그의 일관된 태도와 닿아 있다. 그는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을 중도 사퇴했을 당시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책임”이라며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2016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뒤에도 “당 재건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하면서, 당 전체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불출마 선언 역시 전면에 나서기보다 ‘보수 재건’을 위해 한발 물러선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로 각 후보가 ‘약자와의 동행’ 기조를 경쟁적으로 수용하며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고, 오 시장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 시장의 불출마로 중도 이미지가 강한 일부 표심이 이동할 수는 있다. 다만 특정 인물이 이를 완전히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팬덤 기반이 약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지지층이 결집된 형태로 움직이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중도 이미지를 공유한 한동훈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경선 전체를 뒤흔들 변수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대권 도전은 접었지만 오 시장의 당내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특정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 여부가 경선 판세를 흔드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고, 본선 국면에서도 정책에 대한 조율자 또는 조언자로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오 시장은 서울시정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시민의 일상을 챙기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도 서울을 반석같이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황인성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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