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20% 싹둑”…위장이혼 부추기는 기초연금 제도 [내 연금]

“부부는 20% 싹둑”…위장이혼 부추기는 기초연금 제도 [내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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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기초연금 수급자 10명 중 4명은 수령액의 80%만 지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부부에겐 연금수령액 20%를 깎는 감액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 생계를 지원하는 게 목적이고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도 부부감액 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위장 이혼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기초연금 부부감액 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부부라면, 단독가구보다 13여만원 덜 받는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경우 신청을 하면 받을 수 있다. 올해는 단독 가구 기준 33만4810만원을 받는다. 반면 남편과 아내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다면, 둘이 합쳐 53만5680원이 지급된다. 부부가 같이 기초연금을 타면, 남편 몫과 아내 몫의 기초연금을 각각 20%씩 감액하는 ‘부부감액 제도’ 때문이다.

1인 가구나 부부 중 한 사람이 기초연금 신청자라면 33만여원을 받지만, 부부 노인 가구는 한 달에 13만3940만원가량을 덜 받는 셈이다. 단독 가구와 부부 가구 간 생활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같은 제도가 설계됐다. 

부부감액 제도로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든 수급자는 40%가 넘는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간한 ‘기초연금의 주요 쟁점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623만8798명 중 부부감액이 적용된 수급자는 269만4394명으로, 43.2%에 달했다. 지난 2018년 41.6%, 2019년 41.9%, 2020년 42.4%, 2021년 42.9%, 2022년 43.2%로 매년 소폭 상승하는 추세다.

“함께 사는 게 죄도 아닌데…” 높아지는 부부감액 폐지 목소리 

부부가 같이 받는다고 해서 소득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것에 대해 수급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가 연금개혁안 마련을 앞두고 백지 형식의 광고를 통해 접수한 기초연금 관련 국민 의견에는 부부연계 감액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두드러졌다. 전업주부인 한 50대 여성은 “부부라고 해서 감액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제도 폐지를 건의한다”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부부감액 제도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부부감액 제도를 폐지해 위장 이혼도 감내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전 대표는 “함께 사는 게 죄도 아닌데 부부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깎다 보니 문서상으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태년 의원은 2022년 6월 부부에 대한 기초연금액 감액을 일괄적으로 의무 적용하는 것은 노인 빈곤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부부감액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김남국 전 의원도 2023년 3월 부부감액 제도를 비롯해 국민연금-기초연금액 연계감액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폐지 시 연평균 2조원 소요…“유지하는 방향이 맞다”

전문가들은 부부감액 제도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수급자 40% 이상이 부부감액 제도를 적용받는 만큼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초연금법 개정안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기초연금의 부부감액 제도가 폐지될 경우 2022~2027년 간 총 10조862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2조1725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된다는 추산이다. 

해외에서도 부부감액 제도를 채택하는 사례가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유사한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국가인 △노르웨이는 10% △스웨덴 10.5% △뉴질랜드 14.1% △호주 24.6% △네덜란드 31.5% 등으로 부부감액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칠레와 아이슬란드는 부부감액 제도가 없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부부감액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기초연금 사례에서 적용되는 사안”이라면서 “부부감액 제도를 폐지할 경우, 부부 동시 수급 노인 가구와 단독 수급 노인 가구, 미수급 노인 가구 간 급여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장기적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부분 복지 급여가 가구 단위를 기준으로 지원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 단위로 접근한다는 관점으로 볼 땐 부부라서 감액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일 순 있다”면서도 “기초연금은 생계를 보조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은 가구 단위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감액 제도도 가구 단위로 적용하는 것에 있어 수용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부부감액 제도 폐지는 이번 연금개혁 논의에서 다뤄봐야 할 주제”라면서도 “부부감액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채택하는 제도인 만큼 유지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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