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본 후생노동성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이 있는 내각관방(한국의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에 해당)도 아니고,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문부과학성도 아닌 후생노동성이 히키코모리 대책을 발표한 이유가 뭘까.
2019년 일본에선 전직 차관인 은퇴 고위 관료가 은둔형 외톨이인 40대 아들을 살해한 사건으로 매스컴이 떠들썩했다. 부모가 사망했는데도 자녀가 이를 숨기고 연금을 계속 받는 일은 일상적인 뉴스다. 부모의 연금이 자녀의 유일한 수입이었기 때문이다.
80대 부모가 은둔형 외톨이인 50대 자녀를 돌보다 함께 빈곤과 고립에 빠지는 일이 일본에선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8050문제라고 부른다.
내각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15~64세 가운데 은둔형 외톨이 상태에 있는 사람은 146만명. 중장년 히키코모리는 이미 2019년에 60만명을 넘었다. 이제 젊은 히키코모리보다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더 많다. 아예 8050이 문제가 아니라 9060문제라고 불러야할 판이다.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10대나 20대 때 시작된 은둔이 장기화 되어 40, 50대에 이른 경우도 있지만, 실직 등으로 고립하게 된 경우도 있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중 63%가 취업 활동 경험이 있고, 대도시보다는 지방이 심각하다는 조사도 있다. 취업 실패나 직장내 갑질, 실직 등의 충격으로 사회와 접촉을 차단하고 스스로 고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버블 붕괴후 취업 빙하기라 불린 시기 사회 진출에 실패한 일부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0~1974년생)들이 수십년 넘게 집에 틀어박혀 80대 부모에게 의존하며 가정이 파탄나 8050문제로 이어진 사례도 물론 적지 않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한국에도 은둔형 외톨이가 24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서울 청년의 4.5%에 해당하는 13만명이 스스로 사회와 결별하고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잃어 버린채 집 안에만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사회는 입시와 취업 등을 놓고 극한의 경쟁을 벌이는 살벌한 전장(戦場)이다. 일본의 취업 빙하기 시절보다 더 심각한 경쟁 속에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 청년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 번 실패 하면 두번째 기회를 얻기 어려운 사회 구조, 실패는 자신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일본의 8050문제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김동운
1978년 서울출생. 일본계 모터싸이클 회사의 한국지점 입사를 계기로2008년 일본으로 넘어와 글로벌 IT기업의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하며 한일 양국에 한 발씩 걸친 경계인으로 살고 있다. 현재거주지는 시노노메(東雲). 김동운은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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