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과 전쟁중인 일본 [쿠키칼럼]

탄수화물과 전쟁중인 일본 [쿠키칼럼]

당질 제로를 내세운 발포주들이 일본의 상점에 진열돼 있다. 주류 업체들은 앞다퉈 다양한 당질 제한 술을 출시하고 있고 소비지 반응도 무척 뜨겁다. 필자 제공


일본은 기능성 식품과 건강보조 식품 등 다양한 건강 관련 제품이 유난히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당질(糖質) 제한 식품 등 건강을 지향하는 웰니스(Wellness) 푸드 시장이다. 

당질이란 탄수화물을 일컫는 표현이다. 원래 밥과 빵, 면 등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는 비교적 간단한 식사법을 당질 제한이라고 불렀다. 당뇨병 환자의 체중감량과 혈당 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식사법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뒤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온갖 당질 제한 제품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일본의 웰니스 푸드 시장규모는 연간 3조엔이 넘고 그중 당질 제한 식품이 12%인 3600억엔을 차지한다고 한다. 최근 5년 사이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커졌다. 편의점부터 온오프라인 마트까지 당질 제로(zero)나 당질 오프(off), 로카보(a low-carbohydrate·저-탄수화물)라고 표기된 수많은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당질, 즉 탄수화물 함량을 선명하게 표기한 일본의 빵 포장. 필자 제공


사실 당질 제한 다이어트는 집중력 저하나 두통 등의 부작용도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열풍은 사그러가는듯 했다.

요즘 다시 이 당질 제한 식품의 전성시대가 돌아온 듯 하다. 계기는 다름 아닌 코로나 감염증 사태다. 코로나로 인해 바깥 활동이 줄어들고 집밥 집술이 증가하면서 ‘확 찐 자’가 늘었다.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당질 제한 식품 수요도 증가했다.

며칠 전 동네 편의점을 가보니 당질제한 식품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놀라울 정도로 더욱 다양했다. 즉석밥부터 시작해서 빵, 컵라면, 파스타, 시리얼, 햄, 인스턴트 카레에 디저트, 과자등 심지어 조미료들까지 탄수화물 함량을 줄인 상품들이 즐비했다.

한글로 '맛있어요'라고 적힌 한국 치킨 브랜드의 상품이 일본에서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필자 제공


일본에서는 지금 한국 음식이 인기다. 신오오쿠보 같은 코리아타운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 식품을 쉽게 볼수 있다. 대형마트에는 한국식품만 따로 모은 코너가 있을 정도다. 한국 식품들은 이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일상의 음식으로 정착하는 듯 하다. 하지만 불닭 라면, 양념치킨 같이 자극적이고 맵고 달고 짠 맛이 한국 식품의 이미지로 고착된다면 웰니스 푸드를 찾는 전체 흐름에는 불리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일본 음식은 깔끔하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태국 음식은 건강하고 맛있다는 이미지다. 한국 음식도 이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고유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웰니스 푸드가 확대되는 일본의 흐름을 한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열도의 끝에 선 필자

김동운
1978년 서울출생.  일본계 모터싸이클 회사의 한국지점 입사를 계기로2008년 일본으로 넘어와 글로벌 IT기업의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하며 한일 양국에 한 발씩 걸친 경계인으로 살고 있다. 현재거주지는 시노노메(東雲). 김동운은 필명이다.
icaroos2@hanmail.net 

김동운 기자
fattyk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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