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균상 집 바꾼 ‘신박한 정리’, 시청자 삶도 바꾸려면 [볼까말까]

윤균상 집 바꾼 ‘신박한 정리’, 시청자 삶도 바꾸려면 [볼까말까]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정리가 정말 삶을 바꿀까. 이름이 적힌 트로피도 과감하게 버리는 정리의 달인과 물건마다 사연이 있다고 믿는 소비 애호가, 정리의 은혜를 온몸으로 경험한 정리 경험자가 만났다.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새 예능 ‘신박한 정리’는 정리와 물건에 대한 시선이 서로 다른 신애라, 박나래, 윤균상이 모여 의뢰인의 공간을 정리하는 방송이다. 

타인의 공간을 살펴보거나(MBC ‘구해줘 홈즈’, SBS ‘집사부 일체’), 집의 인테리어를 바꾸는(MBC ‘러브하우스’)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생활감이 묻어 있는 개인 공간에 극적인 변화를 주는 것은 이미 검증된 재미다. ‘신박한 정리’는 여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사로 떠오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발생 차단) 등, 물건과 소비를 줄이는 생활 철학과 경향을 더했다. 관찰 예능이 아닌 시청자의 실천을 유도하는 실천 예능인 셈이다.

첫 방송에서는 ‘신박한 정리’의 주축인 배우 신애라와 방송인 박나래가 물건에 관한 극과 극의 시선을 공유했다. 신애라의 집에 방문한 박나래는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을 보며 놀랐다. 신애라는 과자 포장으로 액세서리를 정리하는 등의 간단한 노하우를 전하면서, 정리의 기본은 ‘비움’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물건에 맞춰 수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 자체를 줄여야 진정한 정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그는 정리를 위해 자신만의 기준을 두고 책을 처분했고,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 등 기념할만한 물건도 사진으로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박나래는 신애라의 집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물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고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의 첫 정리 의뢰인은 고정 출연자이기도 한 배우 윤균상이었다. 고양이 여러 마리와 함께 사는 윤균상은 사람과 고양이가 모두 편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신애라와 박나래는 윤균상의 집을 살펴보고, 물건을 버리는 것을 도왔다. 윤균상은 집 곳곳에 흩어져 있던 옷을 모두 꺼내 필요한 것은 ‘필요’ 상자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욕구’ 상자에 넣었다. 이 과정에서 신애라는 “필요한 물건인지” “1년 안에 사용했는지” 등을 묻고 꼭 필요하지 않거나, 최근에 사용한 적이 없으면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필요한 물건과 처분할 물건을 구분한 후, 본격적인 정리가 시작됐다. 신애라가 추천한 공간 활용 전문가가 윤균상의 가구 등을 재배치해 공간마다 역할을 부여했다. 신애라와 박나래는 정리를 마치고 달라진 윤균상의 집을 보며 놀랐다. 윤균상은 정리 후 삶의 질이 높아졌다며 정리를 적극 추천했다.

출연진이 제작발표회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신박한 정리’가 보여준 정리는 청소와 달랐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줄이고 나눠야 한다는 정리론은 신선했고, 의뢰인이 물건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신애라와 박나래가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거나, 의뢰인이 물건에 얽힌 사연을 공개하는 부분에선 예능적인 재미도 충분히 느껴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리과정이 전문가의 마법처럼 묘사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청자가 궁금해 할만한 정리 정보들은 생략되고, 드라마틱한 변화에 놀라는 출연진의 모습만 남은 인상이다. 출연진의 말처럼 시청자가 모두 전문가에게 정리를 맡길 수는 없다. ‘신박한 정리’가 의뢰인의 공간뿐 아니라, 시청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보다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볼까

내 책상은, 내 옷장은 왜 맨날 정리해도 똑같을까. 정리하지만, 정리가 안 되는, 그러나 정리를 하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정리를 위해 수납장을 사려던 사람들도 채널 고정.

■ 말까

정신없어도 이대로가 좋아. 당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겐 권하지 않는다. 물건마다 얽힌 추억이 소중한 사람이라면, 첫 방송부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