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유재명 "'비스트', 나를 성장하게 만든 작품" ①

[쿠키인터뷰] 유재명 "'비스트', 나를 성장하게 만든 작품" ①

유재명 "'비스트', 나를 성장하게 만든 작품" ①

‘비스트’ (감독 이정호)의 촬영이 끝난 것은 지난 2월. 평균적으로 촬영 종료 후 영화 개봉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비스트’의 개봉은 이례적으로 빠르다. 그래서일까.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재명은 “아직까지는 영화 속 느낌이 조금 남아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완성된 ‘비스트’를 보며 그는 자신의 연기보다는 다른 스태프들의 노력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내보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걸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유재명의 말이다. 

영화 속에서 유재명은 강력 2팀 팀장 민태 역을 맡았다. 그는 강력 1팀장 정한수(이성민)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방해하고, 때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다. 한수의 동기가 영화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면 민태의 동기는 드러나지 않는다. 두 사람이 한 팀이었다는 언급은 있지만 민태가 왜 한수를 방해하거나 싫어하는지, 혹은 왜 그저 싫어하지만은 않는지 관객들은 어림짐작할 뿐이다. 유재명은 민태에 관해 “작중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서사가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전사가 있었지만 감독님이 과감하게 눌러 버린 서사가 있었어요. 민태는 감사과 출신이고, 좌천당해서 인천에 와서 한수와 파트너가 되었다는 이야기죠. 같은 사건을 공조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길을 가게 된 과정이  존재했죠. 하지만 그게 꼭 영화에 필요할까? 하는 의문에 감독님은 냉철한 삭제로 답하셨어요. 한수와 민태가 가진 애증의 관계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대화 같은 대화는 한번도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죠. 두 사람은 사실 같은 신념을 가졌지만 방향성이 다른, 동전의 양면같은 캐릭터예요. 닮아있지만 닮지 않은 두 사람이죠.”

유재명은 민태를 ‘흔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태생적으로 성격에 결험이 있고, 꽉 막힌 데다가 독단적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과연 흔할까 싶지만 생각해보면 주변에 한 명 쯤은 있을 법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민태를 움직이는 동기는 사실 민태 뿐이에요. 영화 속에서 말하는 승진이나 경쟁심리는 사실 장치에 불과하고, 민태는 행위의 당위성을 따지기 전에 그냥 행위를 해버리는 사람이에요. 어떤 딜레마가 빠져 있달까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행동해 놓고, 한수에게 ‘네가 원했던 거 아니냐’며 책임을 전가시켜버리기도 해요. 참 못된 인간이지만 어떤 인간의 본성같은 모습이기도 하죠.”

영화의 인터뷰에 임하기 전에 자신의 태도에 관해 고민했다고 유재명은 털어놨다. ‘비스트’라는 영화를 하며 자신이 임했던 작업이 너무나 뜨겁고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남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답은 솔직함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 했다 못 했다 이런 평은 사실 남들이 해주시는 거고, 저 스스로 느끼기에 저는 ‘비스트’를 통해 좀 성장한 것 같다고 느끼거든요.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배우는 성장하기도 하지만 분명 퇴보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비스트’를 통해 성장했고, 그래서 행복해요.” 자신을 성장하게 만든 작품에 관해 진솔하게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 연기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의 기준은 없어요. 다만 제가 맡은 역할과 상대 배우들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연기를 모니터링했을 때, 그 인물만이 할 수 있는 어떤 독특하고 적확한 디테일이 연기에서 나온다면 그 순간 저에게 ‘재명이 고생했어, 잘 했어’라고 칭찬해주죠. 하지만 그런 게 없다면 여지없이 고통에 빠집니다. 민태를 유재명이 바라보자면 민태가 극 중에서 민태 자체로 존재한다기보다는 한수와 춘배, 종찬이와 다른 동료 형사들 속에 민태가 살아있는 것 같아서 좋았던 듯 해요.”(②에 계속)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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