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논란’ 이대생들 “윤리의식 부족, 기가 찬다...여성혐오적”

‘김준혁 논란’ 이대생들 “윤리의식 부족, 기가 찬다...여성혐오적”

“야당은 경솔, 여당은 정치적”...젠더 갈등 이용 정치인 비판
학교차원 법적대응 시사...총동창회 사과 요구

4일 오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유민지 기자

최근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이대생 미군 장교 성 상납’ 발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성차별적 발언을 한 야당이나 현 시점에 정쟁화한 야당이나 윤리의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에 대한 가벼운 인식과 젠더갈등을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상처받을 이대생들은 생각하지 않는 게 정치인들답네요”

4일 오전 9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의견을 말했다. 학생들은 김 후보의 발언이 사실 유무를 떠나 성차별과 혐오를 정쟁화하는 정치권 전체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화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모(29)씨는 김 후보의 발언이 명확한 근거 없이 해석만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강씨는 “역사학자라는 이유로 사료적 근거도 없이 접대행위를 성상납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자신감에 기가 찬다”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가 증거로 말한 논문 어디에도 이대생과 성상납이라는 단어는 없는데, 본인은 억울하다며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거 자체가 여성혐오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말과 해명 모두 이대 재학생들과 동문의 인격을 고려하지 않은 언행이라는 것이다.

여야 모두 경솔하고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화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신모(22)씨는 “김 후보가 해당 발언이 친일파였던 김 전 총장의 행적을 알리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했으나, 여성혐오가 심각한 한국사회에서 이화여대와 김활란 총장을 엮지 않고 그냥 두겠냐”며 “그 화살이 이대를 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지 너무 경솔하고 가볍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고, 총선을 앞둔 지금에서야 잘잘못을 가려달라 말하는 여당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졸업생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후보의 경솔한 발언을 지적하면서도 여성이 정치수단으로 이용된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모(28)씨는 “이대 졸업여부와 관계없이 여성으로서 성상납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미디어에서 가볍게 발언한 것이 실망스럽다”며 “이대 학생들이 성적인 키워드로 인격 모독을 받을 수 있는데, 윤리의식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람이 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라는 게 한국정치의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도 “김 후보의 과거 행적이 총선을 앞두고 밝혀진 건 정치적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기사를 접하니 기분이 썩 좋진 않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젠더갈등을 노골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졸업생인 김모(29)씨는 “해당 발언이 담긴 기사를 접하고 든 생각은 다수의 정치인들이 젠더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라며 “김활란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지 않은 여당도 문제고, 여태 가만히 있다 지금 욕해달라는 야당도 맘에 안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이대와 여성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김모(29)씨 “서울대학교의 전신이 경성제국대학교인데, 서울대를 친일파 학교, 일본의 잔재라고 말하는 걸 봤느냐”며 “이대도 김활란이 만든 학교가 아닌 그냥 이대일 뿐”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한편 지난 1일 언론보도를 통해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가 지난 2022년 한 유튜브에서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이대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하도록 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후보는 “앞뒤 다 자르고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했다”며 “친일인사가 성착취를 강요했던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자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논문에 시중을 들고 유흥을 돕는 행위에 이대생들이 동원된 걸 확인할 수 있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부적절한 비유와 혐오 표현이 사용됐다”며 2일 사과했다.

그러나 이화여대는 2일 공식입장을 발표하며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이화여대는 “김 후보의 발언은 본교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여성차별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바탕으로 전체 여성에 대한 명백한 비하”라고 비판했다. 총동창회도 3일 “김 후보의 발언은 극심한 모욕감을 안겼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후보직 사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이날(4일) 오후 5시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규탄하는 ‘이화동창 선후배들의 자발적 항의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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