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가장 실태조사 첫걸음...“맞춤형 지원 정보 플랫폼 구축해야”

소년소녀가장 실태조사 첫걸음...“맞춤형 지원 정보 플랫폼 구축해야”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포럼 성료...복지 사각지대 예방 한목소리

‘2024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포럼’. 사진=이예솔 기자

# 00년생 A씨는 알코올중독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11년째 간병 중이다. 아버지와 동생의 생계는 A씨의 몫이 됐다. 치료를 거부하는 아버지는 마치 ‘시한폭탄’ 같이 느껴진다.

# 99년생 B씨는 암에 걸린 아버지와 발달장애 고모를 9년째 간병 중이다. 친척은 ‘민법상 가족’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수많은 서류를 준비하기도 벅찬데, 지원 사업들의 신청 기간조차 짧다.

# 95년생 C씨는 조현병을 앓는 어머니를 12년째 간병 중이다. 주변인 누구에도 힘듦을 토로하지 않았다. 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걱정돼서다. 낙인화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을 향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이들은 ‘영케어러’다. 얼마전까지 소년소녀가장이라 했고 최근에는 ‘가족돌봄청년’으로 불린다. 만성적인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년과 청소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자신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서울시 내 가족돌봄청년은 약 900명으로 추정된다. 돌봄자가 홀로 고립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민간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라이브홀에서 ‘2024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포럼’이 열렸다. ‘가족돌봄청년, 함께하는 변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가족돌봄청년 당사자부터 가족돌봄아동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인 공공·민간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첫 발표자로 나선 김율 가족돌봄청년활동가는 중학교 3학년 당시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가족돌봄청년이 됐다. 김 활동가는 “가족돌봄청년은 누군가의 보호자로 호명되기 전에 충분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며 “학업이나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김 활동가는 “정보 접근성이 낮은 가족돌봄청년들이 스스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맞춤형 돌봄 정보와 지원 매뉴얼을 학교, 복지관, 행정복지센터, 병원 등에 배포해 정보 제공 플랫폼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관들은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진이진 월드비전 꿈성장지원팀 팀장은 “전국에서 점포가 가장 많은 GS25 편의점과 협업해 홍보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약 400여개 기관과도 협업해 총 2400명을 발굴하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류나니 초록우산 복지사업본부 과장도 “1000여개의 협력 기관과 총 41개 국내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인식개선과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주도 다양한 지원 정책과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가족돌봄 정의, 지원 및 전달체계등 규정하는 법률은 부재하다”며 “실태조사와 심층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돌봄청년 성장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는 내년부터 유관기관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연희 서울시복지재단 실장은 “대상별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 실태조사를 시행 중”이라며 “올해는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년엔 필요한 정보와 자원 연계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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