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스처럼 붙이는 방식의 패치형 비만 치료제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비만치료제가 주사제 대비 80%의 효과를 보였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주사 바늘을 무서워하는 어린이나 청소년 환자들도 쉽게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중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등이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마운자로’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과 효능을 앞세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은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형은 파스처럼 피부에 붙이면 마이크로니들에 적용된 비만치료 약물이 체내에 들어가 효과를 보는 형태의 치료제다. 미세바늘을 통해 의약품을 전달하는 방식이라, 주사제에 비해 통증과 심리적 부담감이 적다. 주사기와 바늘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의료 폐기물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며, 냉장 보관이 필요 없어 유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초기 파일럿 임상에서 자체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성인 70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약물 흡수 실험에서 주사제 대비 생체이용률이 80% 이상에 달하는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생체이용률은 투여된 약물이 실제로 혈액 속에 흡수돼 몸에서 작용할 수 있는 비율을 뜻한다.
기존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생체이용률이 약 30%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먹는 위고비’로 불리는 세마글루타이드 경구제와 비교해도 약 160배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현재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실험 결과 혈중 농도가 일주일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를 단일 패치에 담아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제형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원제약도 마이크로니들 전문 기업 라파스와 함께 붙이는 비만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3월 공동 개발한 비만치료제 ‘DW-1022’가 주사제 대비 약 30%의 전달 효율을 보였다는 국내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를 대조약으로 사용해 생체이용률, 투약 편의성, 상온 보관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라파스와 임상 2상 신청을 논의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동아에스티도 지난 2023년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개발 스타트업 주빅과 손잡고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로 제형화하는 개량신약 형태다. 동아에스티는 원료공급과 동물실험을 통한 성능 입증을 담당하고 주빅은 마이크로니들 제형화와 품질 분석을 맡는다.
최근 암젠,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위고비를 넘어설 만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주사제와 차별화된 패치형 비만약이 개발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패치형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없다”면서 “자가 투여 효율성 측면에서 차별성을 확보한다면 기술 수출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