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일차전지기업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구속 사례이자 대표이사 대상 첫 중형 구형 사례다.
2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 각 징역 3년, 금고 1년6개월~3년,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회사법인 아리셀에는 벌금 8억원을, 인력공급 등의 연루 업체인 한신다이아, 메이셀, 강산산업건설에도 벌금 1000만~3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악의 대형 인명 사고로, 피해자들 대부분이 안전보호 관리에 취약한 불법 이주 노동자였다”며 “이번 사고는 파견 근로자를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해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박순관은 아리셀 경영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셀의 안전관리 구축을 포기하고 방치했으며 오로지 저임금 노동력으로 생산량을 높여 회사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 작업하도록 했다. 사람 목숨보다 이윤을 앞세운 것”이라며 “그럼에도 경영책임을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에게 전가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박중언 본부장 역시 안전불감증으로 안전관리책임자의 의무를 방관했으며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어느 아버지가 자기 살려고 책임을 아들에게 전가하겠는지에 대해 재판부에서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며 “변호인 입을 통해 여러 주장(변론)을 했지만 그 주장이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리적으로 한 번은 더 점검해봐야 할 주장인지를 살펴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이 내려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박 대표는 “제 변명으로 사건 책임이 아들에게 집중되는 듯한 현실이 아비로서 더없이 참혹하고 비통하다”며 “그날의 뼈아픈 사고로 많은 분이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만 다시 한 번 유족에게 사죄드린다”고 최후 진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24일 오전 10시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9월24일 구속기소 됐다. 이후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은 박중언 본부장 등 아리셀 임직원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화재로 숨진 23명 중 20명이 파견근로자였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중에는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 외국인 노동자 18명이 포함돼 사회적으로 충격을 더했다. 1심 선고 공판은 9월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