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의 원종을 활용해 미래 식량자원 확보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한국에서 열렸다.
‘작물 재래원종(CWR)’은 인간이 기르기 전 자연형태의 식물로, 재배작물의 병해충 저항성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전적 다양성을 지녀 높은 활용성을 갖고 있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하 한수정)은 지난 9~11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2025년 산림 내 CWR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그린바이오와 글로벌 협력으로 지키는 미래 식량안보’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유럽유전자원협의체, 인스부르크 대학, 네덜란드 유전자원센터, 미국식물원, 뉴욕식물원 등에서 CWR 분야 세계 석학과 유관기관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기후변화·식량안보 대응 CWR
행사 첫날인 9일에는 유럽 최대 연구프로젝트 ‘호라이즌 유럽’ 선정을 위해 사전미팅으로 ‘호라이즌 유럽지원을 위한 실무자 회의’가 열려 각국 전문가와 함께 CWR에 대한 연구주제 및 연구방법을 논의했다.
본 행사인 10일에는 유럽유전자은행협의체(ECPGR) 리제 스테판센(Lise Steffensen) 식물유전학부 책임자가 기조강연자로 연단에 올라 ‘유전자원은행에서 CWR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리제 스테판센 책임자는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더 많은 CWR 종이 위협받고, 적절한 관리가 없다면 2080년까지 위협받는 종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서식지 파괴와 이동의 어려움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기존 서식지 보호 및 연결성 강화, 종자은행 및 재배지 보존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리제 스테판센 책임자는 "CWR은 농업과 자연 모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 보전과 유전자은행 보전을 통합한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식물원 데빈 돗슨 수석홍보전문가는 ‘CWR 관련 수목원의 역할’에 대해 특강했다.
데빈 돗슨 수석전문가는 “세계 1775개 식물원과 수목원이 CWR 보전과 교육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지역공동체와 협력해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을 융합한 통합적 접근법이 필요하고, 이는 미래 식량안보 확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 세션1 발표는 ‘유럽의 CWR 보전’을 주제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교 일제 크라너 교수가 '유럽의 CWR 사업, 에코시드 프로젝트'에 대해, 네덜란드 유전자원센터 테오 반 힌툼 식물유전자원부 책임자가 ‘네덜란드 CWR 보전 및 육종 현황'을 각각 발표했다.
일제 크라너 교수는 “EU FP7 EcoSeed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과 가뭄 스트레스가 종자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며 “성공적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위해 결과물 관리와 일정 준수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테오 반 힌툼 책임자는 네덜란드에서 CWR 보호를 위한 보호구역 접근법이 비용과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분석, 현재의 보호구역이 미래에도 적합한 서식지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테오 반 힌툼 책임자는 “네덜란드 자생 야생작물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국가 차원의 목록 작성을 비롯해 지역 관리자들의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헨리크 뤼트켄 교수는 “위험에 처한 개체군 관리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보존 전략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화학 생장억제제 대신 환경친화적인 바이오기술이 지속가능 한 농업의 미래”라고 말해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 CWR 프로젝트 관심
이어진 세션 2 발표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CWR 보전’을 주제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나채선 실장이 ‘한국의 CWR프로젝트’에 대해, 뉴욕식물원의 콜린 커리 협력연구원이 ‘북미지역의 CWR 보전과 활동’에 대해, 국립공주대 김재윤 교수가 ‘멀티스트레스 저항을 위한 한국의 CWR 활용’ 대해 각각 발표했다.
나채선 실장은 한국 자생 야생 포도속을 사례로 제시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분포지 변화 이해를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향후 품종 개량에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CWR 유전자원 보존 및 활용 계획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수립하고,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지 상실에 대비해 적극적인 보존과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나채선 실장은 “2021년부터 내년까지 진행되는 한국의 CWR 프로젝트는 기후위기 속 미래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추진 중으로, 목록작성과 종자수집 및 보전, 스트레스 내성분석 등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차세대 육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콜린 커리 협력연구원은 “미국의 CWR 연구는 미국 전역의 보전을 위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에 넓게 분포한 CWR의 체계적 보전을 위해 긴밀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김재윤 교수는 “한국을 기원지로 하는 야생 돌콩의 유전자는 작물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육종자원으로써의 돌콩 등 CWR의 유용유전자원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주제발표에 이어 이석우 한수정 사업이사를 좌장으로 산림청 김관호 과장, 안병옥 농업유전자원센터장 등이 참석하는 패널토론이 열려 ‘호라이즌 유럽 지원을 위한 CWR 보전 및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일제 크라너 교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CWR에 대한 호라이즌 유럽 지원사업이 매우 구체적이고 혁신적으로 보인다”면서“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관련된 경험을 최대한 살려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규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이번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각계 분야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백두대간수목원이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활용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관한 심상택 한수정 이사장은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 보전과 활용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이 아시아 지역 CWR 보전 허브로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