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표준연, 초고속·초정밀 '절대길이' 측정시스템 개발

[쿠키과학] 표준연, 초고속·초정밀 '절대길이' 측정시스템 개발

양자 한계수준 정밀도 완성
4만분의 1초 / 0.34나노미터 측정
첨단산업 적용, 경쟁력 강화 기대

KRISS가 개발한 광 주파수 빗 분광 간섭계 기반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 모식도. KRISS

현재 가장 정확한 길이측정 장비는 1m 기준이 되는 ‘길이측정표준기’다. 

세계 각국의 측정표준 대표기관이 운용하고 있는 길이측정표준기는 단파장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길이를 측정한다. 단파장 레이저는 눈금이 촘촘한 자처럼 파장이 매우 고르게 분포돼 1~10㎚ 수준의 정밀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길이측정표준기는 단파장 레이저의 파장범위가 좁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길이가 제한적이다. 눈금은 촘촘하지만 길이 자체는 짧은 자와 같은 셈. 

레이저 파장범위를 넘어서는 길이를 재려면 여러 번 측정을 반복하고 측정값 합산이 필요해 측정시간이 오래 걸리고 간섭계 위치를 안정적으로 옮기는 장치가 필요해 시공간 제약이 크다.

반면 절대길이측정 시스템은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긴 거리를 한 번에 측정하는 장비다. 

주로 기준점에서 측정 대상을 향해 빛을 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산출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장비 소형화가 가능하고 먼 거리도 빠르게 잴 수 있어 산업 현장 활용도가 높다.
다만 기존 절대길이측정 시스템의 측정 정밀도는 ㎛ 수준이 한계였다. 빛이 이동하는 시간을 일정 이상의 극미세 간격으로 측정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초고속·초정밀 절대길이측정 시스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길이형상측정그룹이 양자물리학이 허용하는 한계 수준의 정밀도를 갖는 길이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갖추면서 야외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 차세대 길이측정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RISS가 개발한 광 주파수 빗 분광 간섭계 기반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의 측정 원리. 전광 변조 광 주파수 빗 레이저의 빛이 광섬유 간섭계(노란선)를 통해 기준면에서 반사된 빛(초록색)과 측정 거울에서 반사된 빛(하늘색)이 측정거리 L 만큼 떨어지게 하고 두 빛을 간섭시킨다. 분광 간섭계는 주파수 영역에서 간섭무늬의 주기가 측정거리 L 의 역수 형태로 나타나며, 고속 분광기 모듈을 통해 간섭무늬 정보를 획득한다. 획득한 간섭무늬를 푸리에 변환하여 두 빛 간의 거리 정보를 얻는다. KRISS

KRISS 연구진은 ‘광 주파수 빗(Optical Frequency Comb) 간섭계’를 이용해 절대길이측정 시스템의 정밀도를 길이측정표준기 수준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절대길이측정 시스템에 광 주파수 빗 간섭계를 적용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광 주파수 빗은 피아노 건반처럼 일정한 간격을 갖는 수천 개의 주파수로 구성된 빛의 다발이다. 

기존 간섭계의 광원들과 달리 광 주파수 빗은 파장 범위가 넓으면서도 파장의 배열은 매우 일정한 간격으로 정돈되어있어 긴 거리도 한 번에 정밀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광 주파수 빗 분광 간섭계 기반 절대길이측정 시스템은 길이측정표준기의 정밀도와 절대길이측정 시스템의 간편함을 모두 갖췄다. 시스템의 정밀도는 0.34㎚, 현존 장비 중 최고 수준이자 양자물리학에서 도달 가능한 한계 수준이다. 

KRISS가 개발한 광 주파수 빗 분광 간섭계 기반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의 측정 결과값. (왼쪽) 길이측정 실험 결과(파랑색)와 광원 세기를 고려한 시뮬레이션 결과(노랑색)가 일치함을 확인하였다. 측정 민감도가 양자한계 (3.7·10-12 m/Hz1/2)에 근접한 4.5·10-12m/Hz1/2로 측정되었다. (오른쪽)관측 시간(τ)에 따른 측정 반복능 (정밀도 해당) 분석 결과, 관측시간에 따라 측정 반복능은 2.7pm·τ-1/2 경향을 따랐고, 최고 측정 반복능은 0.34nm로 측정됐다. 관측 시간에 따른 측정 반복능 또한 실험 결과와 시뮬레이션 결과가 일치함을 확인 했다. KRISS

측정 속도는 25㎲로 야외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을 만큼 빠르고 간편해 첨단 산업현장의 길이측정 정밀도를 한층 높일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차세대 길이측정표준기로 등재할 수 있도록 장비측정 불확도를 평가하고 성능을 지속 개선하는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장윤수 KRISS 길이형상측정그룹 선임연구원은 “AI반도체, 양자기술 등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나노미터 단위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며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가 차세대 길이표준을 제시하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온윤권 학생연구원, 김대희 선임연구원, 장윤수 선임연구원, 엄성훈 선임기술원. KRIS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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