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직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지난달과 달리 다수 기업이 상장을 위한 공모 청약에 나서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IPO 시장의 활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공모주 청약을 통해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스펙·리츠 제외)은 △아우토크립트(3~4일) △아이티켐(10~11일) △도우인시스(14~15일) △삼양컴텍·뉴로핏(15~16일) △엔알비(17~18일) △프로티나(18~21일 △대한조선(22~23일) △지투지바이오·에스투더블유(24~25일) 등 10곳이다.
이는 지난달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6월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기업은 지에프씨생명과학, 뉴엔에이아이, 싸이닉솔루션 등 3곳에 불과했다. 당시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으로 IPO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게 이유”라면서 “심지어 상장예비심사과정에서 공모 철회를 결정하는 기업들도 자주 보인다”라고 위축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특장차 및 건설기계 전문기업 호룡은 지난달 18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청구를 철회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성장성과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도전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7월 IPO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증시 호황이 주된 영향으로 평가된다. 코스피는 전날 종가 기준 3071.70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한 달 새 13.86% 급등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투자는 통상 단기 수익률을 지향해 전방 시장인 코스피·코스닥 시장 호황과 증시 주변 자금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표적인 증시 주변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호황에 힘입어 50조원 수준에서 69조원까지 증가했다”라며 “증시 호황과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일반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는 하반기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계절적 특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유통시장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5~6월의 계절적 특성에 맞춰 지난달 IPO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여파도 있다는 분석이다.
7월 공모 청약 진행 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중대형 선박 제조업체인 대한조선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대한조선은 이번 상장으로 5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조달 자금은 연구개발(R&D) 센터 설립과 기술 고도화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총 1000만주로 희망 공모가는 밴드 상단 기준 5만원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과 함께 지난해 1조원 이상 매출액을 달성한 대한조선은 여타 조선업체 대비 높은 수익성이 눈에 띈다”라며 “상장 기업가치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 있는 대어급 기업의 등장을 기다렸던 IPO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충분하다”고 짚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최근 제기되는 국내 증시의 조정 가능성도 공모주 시장의 활기를 꺾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증시가 조정을 맞이할 경우 공모주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이달부터 시행되는 IPO 제도 개선안에 대한 투자심리 변화 여부를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IPO 제도개선 방안을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선안은 공모주 확약 기간과 그에 대한 가점을 확대해 중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우회적인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는 등 공모주 시장의 비합리적인 과열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가운데 40%를 확약 기관투자자에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확약 물량이 미달되는 경우 주관사가 전체 공모 물량의 1%(상한금액 30억원)를 매입해 6개월간 보유하도록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 및 상장 이후 주가 안정화가 예상되는 점에서 단순 배정 비율 확대보다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합리적인 수요예측 참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연구원은 “개선된 제도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IPO 시장이 다소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에는 증시 상장 시점에 대한 고민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 국내 증시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조정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증시 단기 조정 국면에서는 공모주 투자가 다른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IPO 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상장 직후 수익률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