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다음 날이자 첫 주말인 5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환호와 분노가 교차했다.
탄핵을 지지한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를 외쳤고, 탄핵 반대한 참가자들은 “사기 탄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심판 직전 주말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거리 위 열기는 식지 않았다.
비상행동 “파면 넘어 정권 교체까지”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광장 앞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시민으로 붐볐다. 대통령 파면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비상행동 집회에 참석한 한모(38·여)씨는 “기쁜 마음으로 나왔다”며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에 맞는 정확한 판단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 차례 나왔다. 박모(70대·여)씨는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의 임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을 우롱하고 속였고, 역사와 정치 등 분야를 퇴보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 해체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그동안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모씨도 “국힘을 해체하고 처벌받아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만 심판할 것이 아니다. 내란에 동조한 모든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상에 오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민주주의의 적을 민주주의로 물리쳐 준 국민께 감사하다”며 “국민의힘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조기 대선에도 참여하지 말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모(60대·여)씨는 “이제부터 국민들이 또 다시 힘을 합쳐야 한다. 후유증도, 청산해야 할 것도 많다”며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법치 등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 “파면은 시작…민주정부 수립하자”
같은 시각, 시청역 인근 플라자호텔 앞 대로에서는 ‘촛불행동’이 주최한 별도 집회도 열렸다. 행사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제는 민주정부 수립과 내란세력 청산이 과제”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통돼지구이, 떡볶이, 김밥 등이 제공돼 참가자들이 음식을 나누며 승리의 분위기를 나눴다.
집회에 참석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8대 0 결정은 국민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윤석열·김건희의 범죄 혐의가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4기 민주정부가 수립되도록 압도적 승리를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무효”…보수 진영은 통곡과 분노
보수 진영 집회의 분위기는 달랐다. 자유통일당 및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의 탄핵 무효 집회에 참가하러 온 시민들은 ‘탄핵 무효’ ‘사기 탄핵’ 등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구호를 강하게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집회 참가자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통곡하기도 했다.
유모(70·여)씨는 “4대4 기각을 예상했는데, 인용이 나와서 너무 분하다”며 “더불어민주당에 대적해야 하니, 국민의힘을 밀어주고 있긴 한다. 그러나 너무 단합이 안 돼서 신뢰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저항권에 힘을 싣고,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보수 집회에 참석한 20대 참석자도 있었다. 인천에서 온 조모(27·여)씨와 신모(27·여)씨는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보수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서 나왔다”며 “한 명이라도 더 나와서 윤 전 대통령 파면이 ‘사기 탄핵’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도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 당하게 했다”며 “민주당과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이제라도 맞서 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경복궁 동십자각~적선교차로 일대에서 10만명 규모의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집회를 열었다. 촛불행동도 같은 시간 숭례문 앞에서 1만명 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에 맞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은 오후 1시 광화문광장 인근 동화면세점∼대한문 일대에서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었다.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는 전날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이날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