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되면서 헌법상 60일 이내 치러야 하는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여야는 초단기 일정에 맞춰 경선 체제로 전환했으며, 경선 룰과 단일화 여부 등이 대선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의 탄핵 결정 선고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대선일을 공고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4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을 6월 3일로 지정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60일 뒤 대선이 치러졌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6월 3일이 유력한 대선일로 거론된다. 한 대행은 이르면 8일 대선 날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은 선거일 23일 전인 5월 11일이며, 공식 선거운동은 5월 12일부터 시작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인 5월 4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약 2주간의 당내 경선과 1~2주간의 야권 단일화 협상을 거쳐 5월 11일 전까지 최종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은 3주간 짧은 경선을 치른 바 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재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 인용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1주일간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당원과 일반 국민이 50%씩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충청, 영남, 호남 등 4개 권역을 순회하며 3주간 본경선을 치르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조국혁신당과 비명계 등에서 요구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당장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완전국민경선제는 이미 야5당 원탁회의에서 배제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라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참여 여부는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야권 인사는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해 승리한다면 ‘야권 단일 후보’로서 강한 정당성과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로 보수층의 역선택이나 중도층 이탈 등으로 경선에서 패할 경우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불과 두 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야권 전체가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도입을 위한 ‘룰 협상’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동시에 당 대표라는 점에서 경선 룰은 그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대표가 사퇴를 해서 당을 떠나야 경선 룰 논의 및 의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3시간에 걸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당 운영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이들은 오는 6일 의원총회를 열고 조기 대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아직 당 내부에서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당이 21일 만에 대선 후보를 선출한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범여권으로는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있다. 개혁신당은 이미 지난 12일 이 의원을 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초단기 일정 속에서 치러질 이번 조기 대선에서 각 당의 경선 방식과 단일화 전략이 대선 판세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