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밀치고…혼돈의 시위 현장, 부서진 내 핸드폰 보상은

때리고 밀치고…혼돈의 시위 현장, 부서진 내 핸드폰 보상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는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파면 선고를 지켜보며 슬퍼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진아(가명‧24‧여) 씨는 최근 시위 현장 근처를 지나다가 한 참석자가 이 씨를 보지 못하고 밀치는 바람에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이 참석자는 이 씨에게 사진을 찍었느냐며 욕을 하고 이 씨의 손목을 세게 잡았다. 현장을 보고 있던 경찰은 참석자를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나중에 보니 핸드폰 뒷유리까지 깨져 있었다. 이 씨는 핸드폰 수리비와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 휘말려 다치거나 물건이 부서졌다면 원인을 제공한 상대방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상대방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에 가입했고 고의가 아니었다면 손해를 보상한 비용을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단 내란 등 엄중한 상황이었다면 보장되지 않는다. 통상적인 집회인 최근 탄핵 찬성이나 반대 시위는 보장 대상이다.

상대방이 배상을 거부하면 피해자는 법적 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상대방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이다. 상대방의 일배책 보험으로 보장받으면 상대방이 따로 돈을 내지 않고도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합의 과정과 달리 상대방과 거의 접촉하지 않고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한 후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며 “최근에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피해자가 가해자와 직접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진단서 등 서류를 보내 주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직접 지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배책 보험은 사고에 고의성이 없을 때만 적용된다. 즉 이 씨의 부서진 휴대폰이 상대방의 실수로 떨어졌다면 보상 대상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고의로 손목을 잡아 다치게 했다면 보상 대상이 아니다. 김재우 다보상 손해사정사무소 대표는 “일배책은 의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므로 싸우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가한 폭력은 보장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보상 여부를 판단할 때 상황의 경중과 가해자의 의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른 손해사정사는 “보험은 전쟁, 혁명, 내란, 사변, 테러, 폭동, 소요, 노동쟁의 등 위험이 지나치게 큰 사태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다 보험사가 파산하면 나머지 계약자의 손해가 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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