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전체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대주주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합병이나 유상증자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진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이번 상법개정안이 기업의 창의적인 투자활동을 저해하고,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 있으며, 특히 기업들이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로 상법개정안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일부 대기업의 행태는 소액주주를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상한 유상증자사건이 대표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소액주주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단 1주일이 지난 3월 20일 3조 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해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상법개정안의 반대 명분이 사라졌다.
지난 3월 18일 역대 최고 수준인 장중 최고치 78만 1000원, 종가 76만 4000원까지 상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유상증자의 발표 다음 날인 3월 21일에는 18일 최고가 대비 19.6% 급락한 62만 8000원으로 대폭 급락했다.
21일 하루 시가총액은 32조 9096억원에서 28조 6250억원으로 급락해 주주에게 4조 2846억원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됐고, 여전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4월 2일) 종가 66만 3000원으로 이는 유상증자 발표 직전인 3월 20일 종가 72만 2000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정부의 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정면으로 배신하고 국회 주도의 상법개정안 시행으로 유상증자 등에 대한 제도적 제약이 생기기 이전에 총수 일가 중심의 그룹 구조 개편을 완료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강행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정부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국민경제와 기업환경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발생한 상황에서 회사 및 각 주주들에 대해 불명확한 의무와 책임을 추가 부담시킬 경우 소극 경영으로 이어져 기업은 물론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국회에 재의요구를 행사했다.
이에 대해 강민국 의원은 "대기업의 유상증자, 물적분할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세습과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공공연하게 사용돼 소액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현실에서 모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마련의 시기가 이제는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 의원은 "유상증자와 관련한 근본적 제도적인 개선 없이는 언제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여준 총수 일가만을 위한 유상증자와 같은 꼼수가 반복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자본시장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총수 일가에 대한 엄중한 책임부여와 일반주주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주=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