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상호관세’ 리스크…“한미 FTA 개정 등 협상 가능성 있어”

현실화된 ‘상호관세’ 리스크…“한미 FTA 개정 등 협상 가능성 있어”

트럼프, 상호관세 행정명령 서명…韓 관세 ‘26%’
전문가 “韓 정부, 기술이전·현지생산 확대 등 카드 활용 시 합의점”

도널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새로운 관세 발표 관련 연설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발(發) 상호관세가 최악에 가까운 수준으로 발표됐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자동차·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의 단기 조정 압력을 전망하면서도, 관세가 과거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협상카드가 될 것이라 내다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시간 기준 전날 새벽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상대 국가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자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이다.

이번 상호관세는 기본관세와 미국 상대로 대규모 흑자를 내면서 무역장벽을 갖춘,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관세로 구성됐다. 

우선 미국은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관세를 적용한다. 상호관세는 국가별로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한국에 대한 관세는 당초 25%로 나왔으나,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의 관세가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미국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대미 수출 타격’ 자동차·반도체 종목 하락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는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2.7% 급락한 2430선에서 장을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줄여 0.76%(19.16p) 하락한 2486.70으로 마감했다.

대미 수출 타격을 직격으로 맞는 자동차와 반도체 대형주들이 코스피 하락분을 웃돈 내림세를 보였다. 삼성전자(-2.04%), SK하이닉스(-1.67%), 현대차(-1.27%), 기아(-1.41%), 삼성전자우(-1.57%) 등이 일제히 떨어졌다.

자동차 종목의 하락세는 이날부터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 관세가 시행된 영향이다. 자동차 품목 관세는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가 가중 적용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약 51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의 49.1% 수준이다. 미국이 한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 시장인 것이다. 이에 따라 25%의 관세는 가격 경쟁력 하락을 유발해 미국 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업종은 직접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반도체가 중간재임을 고려할 때 최종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간접 영향은 불가피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향후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한국 자동차나 반도체 등에 개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대기업에는 직접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부문은 북미 수출 의존도가 크다.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망이 다변화돼 있어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지만,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 확대 등 압박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외 불확실성 요인 확대로 인해 단기 조정 압력이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중심 종목에 부정적”이라고 부연했다.

관세, ‘최악의 시나리오’…“협상카드 가능성 있어”

투자업계는 이같은 관세 조치는 시장이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내용은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보편적 관세율은 10%지만 소위 더티 15개국 등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한국을 포함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상호관세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칠 공산이 커졌다. 국내 경제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2분기부터 대미 혹은 대아세안 수출 둔화 등으로 국내 성장률의 추가 둔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언급되던 올해 0%대 성장률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방위적 관세 압박은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과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사례와 같은 협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백악관에 처음 입성한 뒤 한미 FTA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목하면서 자국 이익을 늘리기 위한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2018년 한미 FTA는 개정된 바 있다.

김 교수는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국 기업과 노동자 보호를 정치적 성과로 연결하려는 목적이 있다”라며 “즉 관세는 재정 수입 수단보다 지렛대(leverage) 역할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관세는 협상의 시작점’이라는 발언을 자주 했고, FTA 개정이나 무역 조건 수정의 전 단계로 관세 위협을 활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트럼프 1기 때처럼 한미 FTA 개정과 같은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트럼프는 ‘압박-협상-재협상’ 틀 안에서 움직이는 정치인이다. 한국 정부가 기술이전, 현지 생산 확대, 군사·경제 협력 등의 카드를 활용할 경우, 새로운 합의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결국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정치와 경제가 혼재된 복합적 협상 수단”이라며 “한국 정부도 외교·통상 전략을 유연하고 선제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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