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에 금융권 긴장…지주사 자본관리 ‘비상등’

환율 쇼크에 금융권 긴장…지주사 자본관리 ‘비상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표를 들고 상호 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7번째에 한국이 적혀 있다. AP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진입을 위협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라는 숙제를 짊어진 주요 금융지주사의 자본관리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로 각기 다른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시장의 예상보다도 높은 수치다. 주요 무역국을 살펴보면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타이완 32%, 일본 24%, 인도 26%, 한국 25%, 태국 36% 등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국내 정국 불안이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환율 상승은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에도 부담을 준다. 금융지주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밸류업 전략을 추진 중인데, 환율이 오르면 주주 배당 여력을 좌우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CET1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금융지주의 평균 CET1 비율은 13.07%로, 전 분기 대비 0.26%포인트(p) 하락했다. 금융권은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CET1 비율이 0.01~0.03%p 하락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 정책과 밸류업 개선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더 오르면 알트빌레이(대체투자) 등 자산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만약 1500원대마저 돌파할 경우 CET1비율 관리를 위해 은행권이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급등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크다”며 “지주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리스크 관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 약세가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될지는 미지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란 관측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수입 관세 충격을 흡수할 최선의 완충 장치는 통화 약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 발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다만 실제 상승 폭은 시장이 협상 여지를 얼마나 크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외환시장을 보면 발표 직후 급등했던 달러화가 일부 통화 대비 다시 약세를 보이는 흐름도 있다”며 “시장이 협상 가능성을 높게 보거나, 미국의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커질 경우 환율 상승세가 꺾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1500원은 일시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레벨이라고 보지만 ‘뉴 노멀’은 아닐 것이고, 140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화 강세 요인인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감소 추세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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