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와 맞물린 불확실성 여파에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45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66% 오른 온스당 3121.69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금값은 온스당 3160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또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도 온스당 3149.90달러까지 치솟아 종가 기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치솟는 금값에 비해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몰렸던 미국 증시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연초 5868.55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5611.85로 4.37% 후퇴했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종합지수의 경우 1만9280.79에서 1만7299.29로 10.27% 급감했다.
금값이 미국 증시와 정반대의 상승세를 시현하고 있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관세 폭탄 방침에 기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울러 백악관은 미국을 불공평하게 대우한 모든 국가는 관세를 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관세 부과는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입규제와 통상마찰이 가중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경기 하방 리스크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공개된 미국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오르면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해당 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효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물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뉴욕 증시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투매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금 ETF 투자에 나서고 있다. 통상 일반 투자자가 금 관련 상품 투자를 선택할 경우 가장 쉬운 방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금 현물에 투자하는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2276억원으로 확인됐다. 연초 6273억원에서 두 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도 15.26%에 달한다.
김기덕 신한자산운용 퀀트&ETF운용본부장은 “최근 금 가격 상승률이 주요 자산의 성과를 크게 상회하면서 안전자산에서 투자자산으로 변모한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는 금 가격이 당분간 추세적인 상승세를 선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금 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순매수와 더불어 금 투자 수요에 기반한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시기 금은 가장 효과적인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