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도 美 ‘민감국가’였던 한국…“한미 협력 장애요인” 설득

30년 전에도 美 ‘민감국가’였던 한국…“한미 협력 장애요인” 설득

정부, 30년 전에도 민감국가 지정 이유 몰라
지정 해제까지 13년 걸려

올해 비밀해제된 외교문서 중 1993년 미국 에너지부 내부규정 요지. 외교부 제공

한국이 30여년 전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명단에서 제외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했던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 문제가 한미 협력에 장애 요인이 된다고 주장하며 지정 해제를 끌어냈다.

28일 외교부가 비밀 해제한 30년경과 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1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에서 미국 측에 민감국가 해제를 요청하기 위한 대응 논리를 준비했다. 정부는 “한국을 북한과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부당하다”며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측을 설득하기로 했다.

미국은 1981년 1월 민감국가 지정 제도를 처음 만들 때, 한국을 여기에 포함시켰다. DOE는 미 에너지부와 산하 연구시설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로부터 핵 관련 기술·민감기술, 시설 등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감국가를 지정했다. 

민감기술은 핵무기 생산기술, 원자력 관련 기술, 군사용 컴퓨터 개발기술, 첨단기술 등으로 분류했다. 민감시설은 DOE 본부의 특정시설과 9개 산하 지역 연구시설, 보안시설은 특별 핵물질 시설 또는 비밀물질 관련 시설을 지칭했다.

정부는 1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기공동위원회’를 앞두고 대책 회의를 열어 “한국을 북한과 같이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며 앞으로의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요인으로 간주된다”는 설득 논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미국과의 대화에서 ‘핵 비확산’을 부각해 미국 측을 설득했다. 

다만 당시에도 미국은 한국이 왜 민감국가에 포함됐는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자료에는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여러 이유(핵 비확산, 국내 불안정, 테러리즘 등)가 나열되어 있으나 한국이 어떤 이유로 민감국가로 지정되었는지가 분명치 않다”며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70년대 핵 정책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추측했다. 

이러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1994년 7월 한국은 미국의 민감국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민감국가로 지정된 이후 해제까지 총 13년이 소요된 셈이다.

한편 DOE는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로 재지정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미국의 민감국가 분류 배경에 대해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기술 보안 문제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보안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내 자체 핵무장 여론, 12·3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민감국가 분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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