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탄핵 시계’…속 타들어가는 헌재 인근 시민들

길어지는 ‘탄핵 시계’…속 타들어가는 헌재 인근 시민들

헌법재판소 인근 학교 ‘휴교 일정’ 번복
“매출 50% 이상 줄어”…자영업자는 ‘한숨’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한 식당 주인이 손님들의 방문을 차단한다며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헌법재판소와 광화문 등 각종 시민단체가 몰리는 지역의 시민들도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분위기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은 일정을 보류했고, 헌법재판소 인근 학교의 학부모는 한숨만 내쉬었다. 자영업자는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날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헌재가 지난 19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선고가 사실상 다음 주로 미뤄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유력했던 지난 14일은 물론 지난 21일도 선고일은 발표되지 않았다. 오는 28일 선고일이 발표된다는 설이 떠오르고 있으나, 시민들은 이 또한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출퇴근하는 정모(26·여)씨는 “외국인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사업을 준비 중인데, 아직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정해지지 않아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정씨는 “퇴근 후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 것도 꺼려진다. 출퇴근길에 시위대를 마주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영업권은 생존권에 직결된다.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는 헌법재판소 인근 상인들의 한숨은 더 짙다. 종로3가역 인근에서 복어 집을 운영하는 배상만(69·남)씨는 “필수품이나 커피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주민들이 사가지만 일반 음식점은 사람이 없다.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며 “코로나 때 받은 지원금도 갚아야 하는데, 탄핵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결과가 빨리 나와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재 인근 학교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기약 없이 늦어지는 탄핵 선고에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헌재 인근 재동초 학부모 김모(45·여)씨는 “지난주 학교에서 휴교한다고 날짜를 몇 개 공지했다가 취소했다. 일정 변동이 심하다”며 “어떤 부모들은 이번 주에 탄핵 선고를 할 줄 알고 결석계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격해지는 시위에 학생들의 안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씨는 “시위 현장에서 나오는 소음이 교실까지 들린다. 아이들이 욕설을 따라 하거나, 뜻도 모르면서 ‘탄핵 각하’를 외치더라”며 “아이들도 혼란스러워한다. 다음주에 탄핵 선고가 나온다는 말도 믿지 못하겠다. 하루빨리 상황이 정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선고일이 늦어질수록 시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 지정이 늦어질수록 시민들은 우리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심하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며 “더욱이 극렬하게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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