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영장 만료일에 집행 손 뗀 공수처…무용론 재점화

尹 체포영장 만료일에 집행 손 뗀 공수처…무용론 재점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공수처와 경찰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관계자들이 체포를 포기한 채 되돌아가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 만료 직전, 영장을 연장하고 집행 업무는 경찰에 일임하기로 했다. 경찰의 전문성과 지휘 통일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수사력 시험대에 올랐던 공수처가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 능력을 자인할 꼴이다. 공수처 무용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수처는 경찰의 전문성과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 등을 고려해 영장 집행 일임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호처 영장 집행 협조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아무 답변이 없었다”며 “향후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고민했다.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과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 등을 고려해 경찰에 집행을 일임하는 것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 절차를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형사소송법 81조와 200조6, 공수처법 47조 등을 근거로 영장 집행을 사법경찰관리에 일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81조는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해당 내용에 대해 현재 법리를 검토 중이다. 다만 수사력 시험대에 올랐던 공수처를 둘러싼 비판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받게 되면서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21년 설립 이래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5건에 불과한데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경험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달 31일 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이달 3일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가 5시간여 만에 집행을 중단했다. 경호처는 약 200여명의 인원을 동원해 스크럼을 짜 인간 벽을 만들어 공수처의 진입을 막았고, 공수처는 안전 우려로 관저 200m 앞에서 집행을 멈췄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날 영장 집행에는 공수처 인원 30명과 경찰 인력 120명 등 총 150명 규모가 투입했다. 

이 차장은 “(1차 영장집행 당시 인력을) 끌어봤자 50명인데, 200명이 스크럼(여러 명이 팔짱을 끼고 뭉치는 행위)을 어떻게 뚫겠나”라며 인력 한계를 인정했다. 공수처가 경호처의 저항을 예상치 못했냐는 비판에 대해선 “대통령 경호처 경호가 있다고 하더라도 협조할 것 기대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집행을 막을 것이라곤 예상 안 했다”고 했다. 

경찰과의 공조도 위태롭다. 경찰이 영장 집행 현장에서 박종준 경호처장을 현행범 체포하려고 했지만, 공수처가 이를 막아선 것으로도 드러났다. 경찰 내부에선 당시 체포영장 집행에 소극적이던 공수처가 이제 와서 경찰 관련 업무를 일방적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특히 공수처의 체포영장 일임 결정 역시 경찰과의 소통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차장은 “경찰이 (체포영장 일임을)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거부한다면 다시 협의해 보겠다”고 했다. 

공수처가 영장 집행 불발 이후 시간을 끄는 사이 윤 대통령 관저에는 철조망이 설치되고 장애물 설치도 이뤄졌다. 관저 부지 입구에 버스를 겹겹이 배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위법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의 법적 근거 없는 수사행태를 지켜보며 국가기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공사 중 일부를 하청주듯 다른 기관에 일임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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