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힘 됐으면”…무안공항에 구호 물품 나눔 이어져

“조금이라도 힘 됐으면”…무안공항에 구호 물품 나눔 이어져

적십자사·전남자원봉사센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 봉사자 모여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에서 유족들에게 물, 두유, 컵라면, 핫팩 등 다양한 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담요도 핫팩도 충분히 많아요. 걱정 말고 필요한 만큼 마구 가져가세요”

손이 차가워진 사람에겐 핫팩을 쥐어주고, 몇 시간을 딱딱한 바닥에 앉아 기다린 유족들에게는 담요를 건넨다.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 현장에는 유족들 지원을 위해 수 많은 봉사자들이 모여 힘을 보탰다.

이날 무안국제공항 1, 2층 곳곳에는 구호물품 나눔 테이블이 설치됐다.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전남본부에서 봉사 지원을 나온 김모씨는 “사고 직후부터 나와 있었다”며 “슬픔은 전염되지만 함께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지역 식구라는 마음으로 돕고 있다”고 전했다. 

문영진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 팀장은 “현재 저희 센터에서만 100여명이 나와서 식사 준비 및 빵, 우유, 생수, 핫팩, 마스크 등 물품 나눔 등을 하고 있다. 무안군 자원봉사센터에서 오신 분들까지 합치면 200명 정도”라며 “유족분들이 새벽까지 계속 계실 것 같아 힘 닿는 데까지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안국제공항 1층 한켠에 컵라면, 담요, 뜨거운 물 등 다양한 구호 물품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송모(57·여)씨는 “세월호 참사 때가 아직 생생한데, 어떻게 또 이런 일이 있는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사고 소식 듣자마자 조금이라도 힘 보태려고 왔다. 조를 나눠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송씨는 “충격으로 넋이 나가서 물품을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계신 분들도 많다”며 “그런 분들에게는 직접 찾아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 드리고 있다. 식사를 굶는 분들이 많은데, 내일은 적십자사에서 밥차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물품을 받은 유가족은 조용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족의 친척이라고 밝힌 박모(47)씨는 “유족 연락을 받자마자 왔다. 정신이 없어 필요한 것들을 거의 챙겨 오지 못했는데, 구호 물품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자들이 구호 물품을 내부로 옮기고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구호 물품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봉사자들은 트럭에 운반된 물품들을 줄지어 옮기고 정리했다. 공항 밖에는 밤 9시경 이동식 샤워 차량도 임시로 설치했다.

대한적십자사 등은 유가족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텐트 90여 개를 탑승동 2층에 설치했다. SK텔레콤은 휴대폰 충전소를 만들어 유가족들이 연락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했다. 

공항에는 식사가 필요한 유가족과 관계자를 위해 관리동 2층 식당을 마련했다. 식당에서는 떡국이 무료로 제공됐다. 무안군청년연합회 등 지역사회 봉사자들이 나서 식사 준비를 도왔다.

무안=심하연 기자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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