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및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고준 AK홀딩스 대표 등이 무안공항 항공기 활주로 이탈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유가족들은 항공사 관계자들의 사과에 “당신들은 사람도 아니다. 본인 가족이나 피붙이가 죽었으면 이런식으로 했겠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29일 오후 7시45분경 무안국제공항 2층 대기실을 찾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이어 “신속한 사고 수습과 사후 필요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피해자분들에게 귀 기울여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채 부회장도 “일어나면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너무 늦은 공식 사과에 거세게 항의했다. 자신이 유가족이라고 밝힌 시민 A씨는 “서울에서 광주까지 KTX를 타고 오면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당신들은 사람도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본인 가족, 피붙이가 죽었으면 이런 식으로(느리게) 진행하겠냐”며 “대한민국이 그렇게 (도시간) 거리가 먼 나라냐. 이제 나와서 뭘 하겠다고 그러느냐. 기업을 이딴 식으로 운영하나”고 분노했다.
현장에 있는 다른 유가족들도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아직 가족들 얼굴도 보지 못했다”며 “새벽 내내 여기에 우두커니 앉아있으라는 것이냐”며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을 예정인지 똑바로 말해달라”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A씨의 발언 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유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한 유족은 “제발 살려주시라. 살려주시면 될 거 아니냐”며 오열했다.
소방청 등 구조당국은 이날 오후 7시 23분 현재 사망자 177명을 확인했으며, 실종자 2명을 찾고 있다. 사고 여객기 후미에 있던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관계당국은 이번 사고가 조류 충돌과 깊게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무안=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