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비상계엄’ 주도…국회서 증언 쏟아졌다

김용현, ‘비상계엄’ 주도…국회서 증언 쏟아졌다

국회 국방위·행안위 현안질의
박안수 총장·김선호 차관, 일제히 “김용현이 주도”
선관위에 계엄군 투입은 방첩사령관 주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 연합뉴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난입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현 국방장관 직무대행)과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5일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계엄사령부의 지휘체계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을 추궁했다. 김 차관과 박 총장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내 계엄군 투입과 계엄사령관 임명, ‘포고령 1호’ 발표까지 모두 김 전 장관이 주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 현안 질의 직전 윤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총장은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발표 이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표 직후 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계엄사령관 임무를 부여받았고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따랐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에게 전국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의 위임 여부를 물었고, “위임받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전공의 처단’ 등의 표현으로 논란이 된 ‘포고령 1호’ 작성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 역시 “포고령 작성 주체는 확인할 수 없고 제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국방부에서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국방부 차관의 직책이 있으면서 일련의 행동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그 행동을 미연에 확인하지 못했고 또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막지 못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추후에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위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 내부 상황을 설명하며 계엄령 선포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제가 국무회의에 가니까 장관 몇 분이 와 계셨다. 그래서 대통령을 뵀더니 ‘계엄을 선포한다’고 말씀하셨다. 이후 다른 장관들이 속속 도착해서 오후 10시 넘어서 성원이 됐다”고 했다. 이어 “제가 어떤 의견을 표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이 장관에게 ‘계엄 선포에 찬성한 국무위원은 누구였냐’고 묻자, 그는 “거기서 찬성, 반대가 있진 않았다.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 자체는 두어 명 정도 있는 걸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국무위원을 포함해 11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국무위원은 이 장관을 비롯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7명이다. 

조 청장은 이날 행안위 질의에서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통제했으며, 이는 계엄사령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경비대는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 계엄 선포 직후에는 국회 출입을 일부만 통제했지만 이후 오후 11시 37분쯤에는 국회의원까지 전면 출입을 통제했다. 이때 지시는 계엄사령관이 오후 11시 30분쯤 직접 조 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통제를 요구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조 청장은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가 국회의원의 정치활동과 의사결정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국헌문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 3일 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계엄군을 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계엄군과 경찰은 선관위에도 배치됐는데, 야당은 선관위 통제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 총장은 선관위에 배치된 군은 누구의 지시로 투입된 것이냐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을 선관위에 투입하자는 게 아니라 선관위에 특이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우발 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였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질의에서 “중앙선관위에 병력이 들어간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경찰이 계엄사령관의 지시도 없이 방첩사령관만의 요청만으로 중앙선관위 경력을 배치한 것이다. 이에 윤 의원은 “방첩사령관이 도와달라고 해서 경력을 보내준 것 아니냐”며 “방첩사령관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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