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서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집회 참여자끼리 몸싸움이 벌어지자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담장 밖의 고성과 욕설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넘어왔다.
11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로 소란스러웠다. 안국동 사거리를 중심으로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진영을 나눠 격렬한 대립을 벌였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1~2주 내로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집회 분위기는 점점 격화됐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지난 4일부터 헌재 앞에서 무제한 ‘필리버스터’ 형식의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탄핵 각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헌재 주변 가로수에는 ‘탄핵 무효’, ‘민주당 퇴출’ 등 강경한 문구가 적힌 붉은 띠가 걸려 있었다.
물리적인 충돌도 발생했다.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가 ‘윤석열 파면’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가로질러 가려하자 곧바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해 양측을 분리시켰다. 결국 길을 우회해야 했던 해당 집회자는 “내 깃발에 잘못된 내용이 하나라도 있느냐”며 “그냥 지나가려 했을 뿐인데 경찰은 오히려 나를 막아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불안한 분위기는 인근 학교까지 영향을 미쳤다. 헌재에서 도보로 1분 거리인 재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축구를 하며 뛰어놀았다. 점심시간 동안 운동장에 나온 학생들은 불과 200m도 떨어지지 않은 집회현장에서 들려오는 고성과 욕설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재동초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하굣길을 걱정해 동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방과후학교로 인해 하교 시간이 일정치 않아 경찰 인력을 총동원해 학생들의 안전 귀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 현장을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시위 현장을 빠져나갔다. 미국인 관광객 줄리아(40대)는 “한국 오기 전에 탄핵 정국과 계엄령 이야기는 들었지만, 관광지 바로 옆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미국에서도 정치적 갈등이 격렬한데, 한국은 현명하게 갈등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