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접근 어려운 혁신 신약…‘이중약가제’ 해결책 될까

한국인만 접근 어려운 혁신 신약…‘이중약가제’ 해결책 될까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에서 법무법인 세종의 김현욱 변호사가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의 상생을 위한 이중약가격제의 탄력적 적용'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국내 환자들이 효과 좋은 신약을 접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의 낮은 약가 등으로 인해 출시를 꺼리는 ‘코리아 패싱’ 현상이 심화되면서다.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이중약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3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한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에서 “최근 ‘코리아 패싱’ 현상이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국 등 다른 마켓에도 영향이 갈 것을 고려해 한국 출시를 최대한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코리아 패싱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의 낮은 약값을 지목했다. 한국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의약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약값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해외 주요 국가들이 한국 신약 가격을 참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먼저 신약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다른 나라가 이를 근거로 약값을 더 낮추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이유다. 

김 변호사는 “시장 규모가 큰 중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 입장에선 약값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국의 약값을 참조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약값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에서 법무법인 세종 김현욱 변호사가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의 상생을 위한 이중약가격제의 탄력적 적용'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코리아 패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중약가제’가 떠오르고 있다. 이중약가제(환급제)는 의약품 표시 가격과 실제 거래하는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요양기관이나 도매상에 유통되는 급여목록상의 의약품 표시가격이 1000원이라면, 제약사가 실제 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해 정하는 가격은 700원인 식이다. 실제 거래 가격은 비공개하고, 차액인 300원은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하게 된다.

이중약가제를 확대 운영하면 해외 국가가 참고하는 한국의 약가 수준이 올라가면서 코리아 패싱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변호사는 “현행 이중약가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약가 참조의 파급 효과를 줄일 수 있다”며 “특히 표시가만 대외적으로 유지하거나 인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재정에 영향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이중약가제는 기준이 지나치게 깐깐해 적용 범위가 좁다. 위험분담제가 대표적이다. 신약 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업체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인데, 환급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중약가’를 전제하고 있다. 다만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약제의 청구량이 급증할 경우 약가를 조정하는 제도인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중 환급계약 제도도 기준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외국에서는 이중약가제가 활성화되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을 가지고 있는 독일은 약값이 다른 나라 약가의 결정 과정에 참조가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표시가격을 높게 유지하길 원하는 제약사들의 요구사항을 제도에 반영했다. 호주의 ‘SPA’ 제도는 의약품의 상한가격(표시가)을 유지하되 실제가(유효가)를 낮추어 등재하는 것으로, 실제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변호사는 “외국에서 이중약가제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국도 이중약가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면, 코리아 패싱 현상이 완화되고 의약품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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