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주총 ‘무승부’…경영권 분쟁 장기화 전망

한미사이언스 주총 ‘무승부’…경영권 분쟁 장기화 전망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개최
신동국 회장 신규 이사 임명…이사회 정원 확대 안건 부결

28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박선혜 기자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가 예고됐다. 최대주주인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과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대표 형제 측 이사회 구도가 5대 5로 결성되며, 경영권 주도를 위한 팽팽한 긴장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 △신 회장·임 부회장 2인의 사내이사 선임 건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이 상정됐다. 

이날 임시 주총에선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 수 6771만3706주 가운데 5734만864주(84.7%)가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3자 연합과 임 사내이사는 의결권 대리인이 대신 참여했다. 

주총 결과,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찬성(57.89%)표가 출석 주주의 66.7%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정관변경의 건은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 안건은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구성을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리고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신규 선임해 6대 5의 경영권 우위를 선점할 계획이었다.

다만 일반결의 안건인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이 가결되면서 신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일반결의 안건은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결국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3자 연합 측 5명, 형제 측 5명으로 5대 5가 됐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28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의결권 대리인이 대신 참여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주총이 종료된 후 임 대표는 3자 연합에 대한 지속적 견제 입장을 드러냈다. 임 대표는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면서 “주주 분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그동안 회사를 흔든 일부 대주주 및 세력의 이사회 증원을 통한 경영권 장악 시도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가 5대 5 동수로 재편됐지만 이사님들도 회사의 미래와 발전을 고려해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신 회장은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신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한미사이언스 경영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이사회에 진입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 모델을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임 대표는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사업 전략 중 ‘투자’ 부문이 3자 연합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 7일 중장기 성장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8150억원을 투자해 매출 2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 등 외부 투자를 이끌어내 기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신 회장을 포함한 3자 연합은 이에 대해 “제3자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견지했다. 3자 연합은 “투자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대주주 오버행 이슈로 회사 가치가 최저평가 돼 있는 현 시점에서 회사 매각에 가까운 투자를 왜 시급히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미그룹 경영권을 빠르게 안정화는 것이 급선무”라고 짚었다. 

한편, 다음 달 19일 진행될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해임과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선임,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 건 등에 대해 의결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임 대표는 이 임시 주총을 통해 3자 연합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견제하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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