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지방소멸 등 한국 사회가 거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각 분야에 긴밀한 상호관계를 맺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인문사회학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는 학계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한사인협)는 6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제5차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국회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한인사협은 인문사회 연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성과 교류를 확산하기 위해 창립된 단체로 170여개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 지방소멸 등 국가적 복합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사회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는 “저출생·고령화, 지방 소멸 문제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찾을 수가 없다”며 한국 실정에 맞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방 소멸 문제를 보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해외 국가에선 수도에 인구가 10%만 거주해도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방소멸이란 말이 처음 나온 일본의 경우도 전체 인구의 23%가 수도권 인근에 모여 살아 국가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인구 50%가 수도권에 집중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가지고는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률이 0.7명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0.7명이 무너지는 것보다 합계출산율 1.0명에서 0.5까지 오는데 겨우 4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러한 거대 위기 문제들을 아울러 분석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인문사회 분야의 역할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를 20년 동안 왜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하는데, 공공 R&D 인문사회 분야 비중이 1%밖에 되질 않는다”며 “예산과 지원이 적어 연구 기간이 너무 짧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연구가 분산적이고 소규모로 진행돼 제대로 된 해결책에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엄연석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장이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의 철학적 기초와 중장기 추진전략’을, 이 교수가 ‘한국의 융·복합 연구 현황 및 메가 아젠다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프랑스 사회과학원의 인문사회분야 메가 아젠다 연구현황과 체계(유요문 고려대 교수) △메가 아젠다 실현을 위한 효과적인 컨소시엄 연구 및 거버넌스 방안(안기돈 충남대 과학기술경제연구소장) 등이 발표됐다. 아울러 조현미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학술연구정책과 사무관, 박양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위원 등이 참여한 토론도 이어졌다.
정치권의 관심도 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퀀텀 점프가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생각은 퀀텀 점프를 해야 한다. 의미있는 변화가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나오기 위해서는 생각의 걸음을 넓게 가져야 한다”며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히 학문적 연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친 정책 수립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행사에서 최태원 SK회장과 나눈 대화를 전하면서 “기술이 끝판에 다다랐을 때, 인문사회학적인 밑바탕이 없으면 사상누각으로 취약할 것”이라며 “(첨단기술) 전환기에 인문사회 분야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나 전체 인류에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한국은행이 최근(아젠다를 제시하는) 역할하고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에 시민들이 목말라 있다는 것”이라며 “메가 아젠다의 도출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컨소시엄 연구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