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총본산인 한국기원부터 바둑TV, 대한장기연맹, 대한체스경기연맹, 대한스포츠포커협회 등 다수의 단체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1회 ‘슈퍼컵’에 대한 의구심이 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슈퍼컵’ 메인 스폰서로 알려진 화장품 제조기업 삼성메디코스는 대회 후원 관련 사항을 아직까지 전혀 확정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슈퍼컵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조차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한국기원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4 슈퍼컵 행사는 메인 스폰서 삼성메디코스와 4개 서브 스폰서를 통해 ‘마인드스포츠코리아’가 주최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삼성메디코스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슈퍼컵 후원과 관련해 정해진 사항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회 주최사로 등장하는 마인드스포츠코리아는 올해 9월 슈퍼컵 대회 진행을 위해 갑자기 만들어진 단체로, 현재 홈페이지조차 없는 것은 물론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슈퍼컵 홈페이지 홍보 영상에 나오는 마인드스포츠코리아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이사벨글로벌’로 연결된다. 이사벨글로벌은 슈퍼컵 운영 대행을 맡은 회사로 홀덤용품 전문 제조기업이다. 쿠키뉴스는 이사벨글로벌에 슈퍼컵 주최 및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여러 차례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홀덤 회사인 이사벨글로벌과 슈퍼컵 주최사인 마인드스포츠코리아가 사실상 같은 곳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회에 바둑이 ‘얼굴 마담’ 역할로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슈퍼컵 홈페이지에 공식 게재된 이번 대회 총 상금은 27억400만원인데, 바둑에는 우승 상금이 1000만원밖에 배정되지 않았다. 슈퍼컵 바둑 종목에는 한국 바둑 랭킹 12위 안성준 9단, 16위 박민규 9단을 비롯해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지명 선수들도 출전한다.
한국기원이 슈퍼컵을 ‘공식 기전’으로 분류하고 프로기사에게는 승단 점수를, 아마추어에게는 ‘입단 포인트’를 부여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다. 한 프로기사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공식 기전으로 개최하지 않고 이벤트 대회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식 스폰서로 알려졌던 삼성메디코스가 대회 개최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까지도 후원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총 상금 27억원을 내건 홀덤 대회가 제대로 개최되는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슈퍼컵 운영과 관련한 비용 중 절반을 ‘이사벨글로벌’로부터 받았다”면서 대회 정상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둑 부문 우승 상금이 1000만원으로 책정된 것에 대해서는 “프로기사의 대국 기회가 중요한 상황이라 이사벨글로벌 측의 대회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1000만원도 적은 금액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