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볼보 새 트럭에 엉뚱한 수리비 2200만원…“돈 내야 출고”

[단독] 볼보 새 트럭에 엉뚱한 수리비 2200만원…“돈 내야 출고”

5년 무상 수리 안내 받았지만, 수리비 유상 청구
같은 장비 10차례 교체할 동안 고지는 0번
수리비 2200만원 미납 시 차량 반출 거부

특장업체에서 차량이 용도 변경에 맞게 제작되는 모습. 영상=조은비 기자 

볼보트럭코리아가 보증 수리 기간에 입고된 차량의 과다 청구 정비 비용을 운전자에게 떠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차량 결함을 밝혀내지 못해 수차례 교체한 부품 비용을 포함해 운전자에게 2200만원을 청구했는데, 사전 고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점검 결과 볼보트럭코리아 자사의 과실로 발생한 결함이 아닌 것으로 추정돼 보증기간이더라도 수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동진(가명)씨는 ‘볼보트럭 코리아’로부터 공임비 약 800만원을 포함해 2200만원의 수리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는 명세서를 받았다. 자동차점검 정비명세서에 기재된 작업 내용은 20여개 이상인데, 볼보트럭 측은 최 씨에게 한 차례도 고지하지 않았다.  

최씨가 제출한 자동차점검 정비명세서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지난해 11월 출고한 ‘볼보 FE 350’이다. 통상 트럭은 미완성 형태로 운전자에게 인도된 뒤 특장업체(용도에 따른 화물칸 제작·장착 업체)를 거쳐 차량의 용도 변경을 마치고 운전자에게 최종 인도된다. 최씨 역시 용도 변경을 위해 특장 업체에 차량을 맡겼다. 

차량 탁송이 예정됐던 지난 5월14일 A 특장업체는 최씨의 차량이 시동 유지가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한 뒤 최씨에게 이를 고지했다. 결함의 원인을 찾아낼 수 없었던 특장업체는 볼보트럭코리아의 권유에 따라 ‘볼보트럭코리아 천안 사업소’에 차량을 입고했다. 최씨의 차량은 약 한 달 동안 천안사업소에 입고됐으며 점검을 받은 기간은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주요 부품인 제네레타를 10번 교체했다. 수차례 부품 교체에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다 최씨의 제안으로 확인한 방법을 통해 예열릴레이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됐다. 제네레타가 결함의 원인이 아니었음에도 교체한 제네레타 10개를 포함한 정비 비용 2200만원을 청구한 것이다. 

볼보트럭 코리아가 최씨에게 보낸 차량 점검정비명세서. 자료=제보자 제공 

최씨는 “한 번도 운행하지 않은 차량인데 수비리가 2200만원이 나왔다. 수리비를 완납하지 않아 볼보 측에서 차량 반출을 거부해 차량은 천안사업소에 주차돼 있는 상태”라며 “매달 차량 할부금만 270만원이 나가고 있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에 따라 유상 수리를 하더라도 수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품을 교체할 것인지 차주인 저에게 고지했어야 한다”며 “정비 명세서를 보면 제네레타 교체 10번, 너트, 케이블 타이 교체 등 사소한 정비 내역까지 다 포함했다. 제네레타 교체를 10번 했다는 건 원인을 못 찾으면서 부품을 계속 교체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동차 전문가는 동일한 부품을 한 번 이상 교체한 것에 대한 비용은 운전자나 특장업체가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명일 자동차 정비 명장은 “제네레타는 폐차할 때까지 2~3회 교환한다. 한 달 동안 제네레타를 10번 교체했다는 것은 볼보트럭 측에서 원인을 찾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처음 제네레타 교체 이후 원인을 찾지 못했을 때 의무적으로 고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볼보트럭 측에서 진단을 못해 발생한 비용을 차주와 특장업체에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볼보트럭코리아 관계자는 보증수리 기간 내에 입고된 차량에 대해서는 점검 사항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볼보트럭코리아 자사의 과실로 인한 결함일 경우에만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보증기간에는 수리비를 자사에서 부담해 고지할 의무가 없다. 수십 개의 부품을 교체하더라도 자사 측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고지하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점검을 마친 뒤 자사 브랜드의 과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돼 수리비를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의 차량이 볼보트럭 천안 사업소에 주차되어 있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자동차 전문가는 보증기간 내에 유상수리가 발생할 경우 사전에 예상 공임비를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수리 시 예상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에 대해 운전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의무다. 이 과정에서 서로 비용과 부품 교체가 합리적인지 합의하는 것”이라며 “비용부담을 한다면 제네레타 한 번 교체한 것만 지불하면 된다. 정비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 데다 원인을 찾지 못해 수차례 수리한 것에 대한 금액을 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특장업체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특장업체의 과실이라는 것이 입증되면 운전자를 대신해 수리비 전액을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장업체 관계자는 “근거가 밝혀지면 특장업체가 수리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일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라면서도 “특장업체의 과실이란 근거를 입증해 달라고 해도 볼보트럭에서는 에러 코드 자료만 주고 있다. 에러 코드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만원을 납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함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신품을 계속 교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그동안 교체한 부품을 받아 외부 업체에 자문을 의뢰해 특장업체 과실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제안하자 그마저도 거절했다. 책임 소재가 우리 업체에 있다는 게 확인된다면 비용은 전액 부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보트럭코리아 측은 공임비 800만원이 청구된 것에 대해 “짧은 기간 수리했지만, 본사 측 직원 3명 이상이 투입됐다. 800만원은 할인해 청구한 금액”이라며 “볼보트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제조메이커가 공통으로 국제품질보증 약관에 따라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특장업체 측의 지급 보증 제안을 거절한 볼보트럭코리아는 최씨에게 수리비 2200만원 미납 시 차량 반출이 어렵다며 소송을 제안했다. 

▲ 500km 주행한 신차가 시동이 꺼졌는데 수리비가 2200만원?? 한달 째 차를 안주는 기막힌 상황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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