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는 여러모로 힘들다. 밤낮 없이 괴롭히는 통증과 끝 모를 싸움을 해야 한다. 와중에 고통을 몰라주는 세상의 시선도 견뎌내야 한다. 그 탓에 몸의 병이 마음으로 번지기 일쑤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등에 꽂힌 비수를 손톱 밑 가시쯤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가 겪는 시련은 또 있다. CRPS 환자는 장애인 등록이 유독 어렵다.
일단 예전에는 CRPS로 인해 장애가 생긴다고 보지 않았다. 절차상 ‘어떤 질환으로 인해 장애가 생겼으니 장애인으로 등록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CRPS는 장애의 원인질환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CRPS 환자는 장애인 등록 신청조차 힘들었다. 정부는 2021년 4월이 돼서야 CRPS를 장애요인으로 인정했다.
정부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장애요인으로 인정하면서 장애인 등록 문이 CRPS 환자에게도 열렸지만 틈은 좁다.
장애인 등록 신청은 일정 기간 동안 충분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장애가 생겼을 때 할 수 있다. 장애 판정 남발을 막기 위해서다. CRPS 환자는 확진 후 2년 이상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CRPS 같은 희귀질환은 보통 확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단 방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CRPS 환자도 몇 년씩 진단이 지체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 사실상 오랜 시간 장애상태였지만 장애인 등록 신청을 하려면 2년 더 기다려야 한다. 환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다.
CRPS로 진단받고 2년 이상 꾸준히 치료했더라도 장애인 등록은 쉽지 않다. 현재 CRPS 환자는 근위축, 관절구축(관절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것)이 뚜렷하거나 팔 또는 다리 전체에 마비가 있어야 장애를 인정한다. ‘통증’ 환자를 ‘눈에 보이는 증상’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문호식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교수는 “근위축 등 가동성 감소는 CRPS로 인한 필연적 증상이 아니”라며 “환자의 상당수는 통증 자체만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 활동 자체가 어려운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회장은 “CRPS는 객관화·시각화할 수 있는 기준이 거의 없다”며 “심각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환자들도 장애 인정 대상에서 원천 배제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CRPS 환자 장애인정 비율은 낮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2년) CRPS 환자 512명에 대한 장애 심사가 이뤄졌다. 이 중 32.8%에 해당하는 168명만 장애인정을 받았다. 다른 장애유형과 비교하면 장애인정비율이 눈에 띄게 낮은 편이다.
어렵게 장애를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CRPS 환자가 장애인이라는 법률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년마다’ 재판정을 받아야 한다.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 건 다른 장애도 마찬가지다. 수술을 비롯한 치료를 통해 기능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애상태 변화가 예측되는 시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장애유형별로 재판정 기준도 다르다. 예를 들어 연골무형성증으로 지체(변형)장애 판정을 받았다면 2년 후 ‘한번만’ 재판정을 받으면 된다. 평형장애, 정신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심장장애(이식 제외), 뇌전증장애 등도 처음 장애판정을 받은 후 ‘한번만’ 더 다시 판정받으면 된다. CRPS 환자들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난치성 질환인데 2년마다 재평가 받도록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한 장애를 ‘심하지 않은 장애’로만 보는 것도 환자 입장에서는 아쉽다. CRPS 환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상태가 심각해도 십중팔구 ‘심하지 않은 장애’ 판정을 받는다.
대전에 사는 김용훈씨(30·남·가명)는 2021년 11월 지체(하지관절)장애를, 청주 사람인 윤희정씨(51·여·가명)와 광주에 사는 김지은씨(50·여·가명)는 같은 해 8월과 9월 지체(상지관절)장애를 인정받았다. 세 사람 모두 ‘심하지 않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떤 장애로 판정받느냐에 따라 장애인 콜택시 이용, 세금 감면, 대중교통비·통신비 지원 등이 달라진다. 세 사람은 생활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 그 차이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9일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의학적 개념에 매여 있는 ‘장애’의 법적 정의를 사회적 모델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 구성원의 태도나 환경적 장벽으로 인해 사회 참여가 저해되는 경우도 장애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CRPS 환자들이 바라던 바다. 관건은 실행이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가 겪는 시련은 또 있다. CRPS 환자는 장애인 등록이 유독 어렵다.
일단 예전에는 CRPS로 인해 장애가 생긴다고 보지 않았다. 절차상 ‘어떤 질환으로 인해 장애가 생겼으니 장애인으로 등록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CRPS는 장애의 원인질환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CRPS 환자는 장애인 등록 신청조차 힘들었다. 정부는 2021년 4월이 돼서야 CRPS를 장애요인으로 인정했다.
정부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장애요인으로 인정하면서 장애인 등록 문이 CRPS 환자에게도 열렸지만 틈은 좁다.
장애인 등록 신청은 일정 기간 동안 충분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장애가 생겼을 때 할 수 있다. 장애 판정 남발을 막기 위해서다. CRPS 환자는 확진 후 2년 이상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CRPS 같은 희귀질환은 보통 확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단 방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CRPS 환자도 몇 년씩 진단이 지체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 사실상 오랜 시간 장애상태였지만 장애인 등록 신청을 하려면 2년 더 기다려야 한다. 환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다.
CRPS로 진단받고 2년 이상 꾸준히 치료했더라도 장애인 등록은 쉽지 않다. 현재 CRPS 환자는 근위축, 관절구축(관절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것)이 뚜렷하거나 팔 또는 다리 전체에 마비가 있어야 장애를 인정한다. ‘통증’ 환자를 ‘눈에 보이는 증상’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문호식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교수는 “근위축 등 가동성 감소는 CRPS로 인한 필연적 증상이 아니”라며 “환자의 상당수는 통증 자체만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 활동 자체가 어려운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회장은 “CRPS는 객관화·시각화할 수 있는 기준이 거의 없다”며 “심각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환자들도 장애 인정 대상에서 원천 배제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CRPS 환자 장애인정 비율은 낮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2년) CRPS 환자 512명에 대한 장애 심사가 이뤄졌다. 이 중 32.8%에 해당하는 168명만 장애인정을 받았다. 다른 장애유형과 비교하면 장애인정비율이 눈에 띄게 낮은 편이다.
어렵게 장애를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CRPS 환자가 장애인이라는 법률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년마다’ 재판정을 받아야 한다.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 건 다른 장애도 마찬가지다. 수술을 비롯한 치료를 통해 기능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애상태 변화가 예측되는 시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장애유형별로 재판정 기준도 다르다. 예를 들어 연골무형성증으로 지체(변형)장애 판정을 받았다면 2년 후 ‘한번만’ 재판정을 받으면 된다. 평형장애, 정신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심장장애(이식 제외), 뇌전증장애 등도 처음 장애판정을 받은 후 ‘한번만’ 더 다시 판정받으면 된다. CRPS 환자들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난치성 질환인데 2년마다 재평가 받도록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한 장애를 ‘심하지 않은 장애’로만 보는 것도 환자 입장에서는 아쉽다. CRPS 환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상태가 심각해도 십중팔구 ‘심하지 않은 장애’ 판정을 받는다.
대전에 사는 김용훈씨(30·남·가명)는 2021년 11월 지체(하지관절)장애를, 청주 사람인 윤희정씨(51·여·가명)와 광주에 사는 김지은씨(50·여·가명)는 같은 해 8월과 9월 지체(상지관절)장애를 인정받았다. 세 사람 모두 ‘심하지 않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떤 장애로 판정받느냐에 따라 장애인 콜택시 이용, 세금 감면, 대중교통비·통신비 지원 등이 달라진다. 세 사람은 생활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 그 차이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9일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의학적 개념에 매여 있는 ‘장애’의 법적 정의를 사회적 모델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 구성원의 태도나 환경적 장벽으로 인해 사회 참여가 저해되는 경우도 장애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CRPS 환자들이 바라던 바다. 관건은 실행이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