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며 삭발…악뮤 이찬혁의 이유 있는 파격

노래하며 삭발…악뮤 이찬혁의 이유 있는 파격

가수 이찬혁이 SBS ‘인기가요’에서 신곡 ‘파노라마’를 부르며 삭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해당 방송 캡처

무뚝뚝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남자. 흰 가운을 입은 미용사가 남자의 몸 위로 가운을 두르더니 머리카락 위로 싹둑싹둑 가위질을 한다. 신병교육대 앞 이발소 풍경이 아니다. 곱게 기른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민 주인공은 그룹 악뮤 멤버 이찬혁. 그는 23일 방송한 SBS ‘인기가요’에서 신곡 ‘파노라마’를 부르며 삭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자른 머리카락은 방송국에 온 팬들에게 선물로 쥐여 줬다. 한국 가요 100년 역사상 이런 퍼포먼스와 ‘역조공’은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찬혁은 22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객석을 등진 채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는 그의 얼굴은 무대 뒤편에 마련된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20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선 거울 없이 뒷모습만 관객에게 보여줬다. 무대를 앞두고 ‘엠카운트다운’ MC인 미연·남윤수를 만난 자리에서는 ‘에러’(ERROR)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질문에 침묵으로 답했다. ‘에러’는 그가 지난 17일 발매한 솔로 음반 제목이다.

틀을 깨는 퍼포먼스는 이찬혁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24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찬혁은 신곡 ‘파노라마’ 퍼포먼스를 구상한 뒤 방송 일주일여 전부터 제작진과 협의해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예의 없다’고 지적받았던 ‘엠카운트다운’의 침묵 인터뷰도 실은 PD 및 MC들과 미리 약속한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인터뷰 당시 MC들은 “제가 텔레파시를 받았다”거나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며 이찬혁을 대신해 질문에 답했다. ‘인기가요’에서 이찬혁의 머리카락을 자른 남자는 실제 미용사라고 한다.

이찬혁. YG엔터테인먼트

이찬혁이 파격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파노라마’가 실린 첫 솔로 음반 ‘에러’에서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본다. 음반은 이찬혁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해(‘목격담’) 혼수상태 속에서 삶을 되짚고(‘파노라마’), 후회 남지 않도록 솔직해지자고 다짐한 뒤(‘어 데이’) 천국으로 향하는 결말(‘장례희망’)에 이른다. 이찬혁은 ‘엠카운트다운’ 등 음악방송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로 음반에 담은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죽음을 코앞에 둬 목소리마저 전할 수 없던 그가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전 삶을 반추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죽음이란 소재를 대범한 방식으로 표현한 이찬혁의 시도는 보는 이의 다양한 해석을 만나 한층 풍부해진다. ‘인기가요’를 보러 갔다가 이찬혁의 잘린 머리카락을 선물 받은 한 누리꾼(트위터 아이디 akmufa******)은 “음반 콘셉트를 생각하니 유품인가 싶기도 했고…. 살아있던 이찬혁(의 일부)이 잘림으로서 죽은 이찬혁이 된 것인데, 죽음을 나눠준 걸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등지고 노래하는 퍼포먼스 영상에는 “팬들이 뒤에 있는 걸 알고 믿어주니까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느껴진다. 뒤에 있는 팬들도 이찬혁의 ‘파노라마’ 중 일부분이라는 뜻 같다”(유튜브 닉네임 호**)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찬혁은 무대 밖에서도 틀을 부수고 있다. 그는 음반 발매를 앞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한복판에 잠옷 차림으로 나타나 태연한 얼굴로 신문을 읽었다.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이후 그의 유튜브 채널에 ‘굿모닝, 서울’이란 제목으로 공개됐다. 최근엔 그가 유리관에 갇힌 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서울 연남동과 전주 한옥마을에서 포착됐다. 이 퍼포먼스 또한 추후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스스로를 “청개구리”라고 부르며 “대중적인 서비스보단 틀을 깨는 행동을 하고 싶다”(17일 ‘에러’ 발매 기자회견)는 이찬혁의 다음 파격은 무엇일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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