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폐암 환자들 “면역항암제 보험급여 언제되나”

벼랑 끝에 선 폐암 환자들 “면역항암제 보험급여 언제되나”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국내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폐암으로 인해 30분에 1명이 사망한다는 집계도 있다. 그만큼 지금 이 시간에도 죽음과 사투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말기 암환자에게는 1분 1초가 절박하다. 그런데 좋은 치료제가 눈앞에 나와 있어도, 한 달에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기 어려워 생명연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면역항암제 급여를 촉구하는 환자들 역시 바로 ‘값비싼 약값’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할 수 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면역항암제 급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환자들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직접 정부에 빠른 급여화 결정을 요구하는 등 암과 싸우기 위한 치료제 혜택의 절실함을 피력하고 있다. 

이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면역항암제 보험 급여를 촉구하는 서명만 600여건이 올라왔다. 면역항암제 보험 급여를 요구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A씨는 “지금쯤 면역항암제가 당연히 보험 급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텨왔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며, “면역항암제 외에 다른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은 하루 하루 미뤄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면역항암제 급여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사진을 직접 동영상으로 만들어 절박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영상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암 때문에 일상이 바뀌었다. 약값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지났지만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있다’고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영상 말미에는 “면역항암제 급여화 제발 서둘러 주세요”, “면역항암제의 급여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면역항암제 급여화 간절히 원합니다. 마지막 희망입니다” 등의 문구가 실려 있다.   

면역항암제 급여 촉구를 위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찾는 환자와 그 보호자도 있다. 이들에게 남은 희망은 딱 한가지다. 혁신적인 치료제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지는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B씨는 “1년에 1억에 육박하는 치료비를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 복지부가 키를 쥐고 있는데 급여 진행이 미뤄지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환자는 고통받고 경제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환자들이 한 목소리로 급여 촉구를 외치는 면역항암제는 국내에서도 일부 비소세포폐암 환자 등이 임상 연구와 본인 부담 투여로 치료를 받고 효과를 본 사례들이 알려지며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2015년 폐암 말기를 진단 받은 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항암화학요법을 받았지만 체중이 20kg 이상 감소하는 등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고 암이 늑막과 뼈로 전이된 상태에서 면역항암제를 자비로 투여 받았다. 이후 암 병변 자체가 확연히 줄었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확연히 줄어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한 번 투여에 40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 부담이 커, 보험 급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에는 한 면역항암제가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그 동안 유전자 변이가 없어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던 폐암 환자들에게 1차 치료제 적응증 확대는 희망이다. 이 같은 소식은 보험 급여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허가사항이 변경되면서 정부 측이 이러한 허가변경을 반영해 급여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 급여화를 촉구하는 암환우 모임의 운영진이자, 폐암4기 환자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인 박정배씨(34). 박씨는 "면역항암제 급여에 대한 논의는 어떤 이유로도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며 “최근 키트루다 1차 폐암치료제 승인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이 현재 진행되는 급여논의에 영향을 주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는 환자들이 침대에 누워 몇 개월 더 연명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과 사회복귀를 가능케 할 정도로 효과가 탁월하고 부작용이 적어 기적과 같은 약”이라며, “시간이 많지 않은 폐암 환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의료계 역시 치료효과가 높은 항암제에 대한 보험급여가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A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는 “행정적 절차 등으로 인해 정부에서 보험급여 결정을 이루면 결국 이러한 고통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된다”며 “환자들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현재 진행중인 2차 치료제 급여를 마무리 짓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는 "말기암 환자에게는 이 같은 항암신약 투입이 절실하다.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에서 약가를 낮춰 환자를 위해 한 발 양보하고, 정부에서도 보험급여 적용을 서두르려는 시도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보다 많은 환자들이 빠르게 좋은 신약을 저렴한 투여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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