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경제]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시퇴근을 유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가족친화경영의 일환으로 일주일 중 하루를 ‘가정의 날’로 지정, 정시퇴근을 유도하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가정의 날’ 정시퇴근 준수를 위해 경영진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정시퇴근을 독려하는 기업까지 생겨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반이면 회사 서버를 끈다. 컴퓨터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해 자연스럽게 정시퇴근을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연장업무를 원하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화생명도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반에 인사부에서 순찰을 돌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NH농협생명, 현대해상, MG손해보험도 매주 수요일 정시퇴근을 유도한다.
은행권도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PC가 꺼지는 ‘PC오프제’를 시행하고 있고 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도 퇴근시간 단축에 나섰다.
LG생활건강과 KCC는 오후 6시 반이면 본사 전체를 소등해 야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정시퇴근을 권장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야근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한 이유도 한주에 중간일인 수요일에 가장 피로도가 높아 나머지 근무일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측면이 크다. 특히 수요일 정시퇴근을 유도하는 것은 한 주일의 중간인 수요일에 일찍 퇴근해 재충전하면 목·금요일에도 지치지 않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시퇴근이 시행되면서 낮 시간에 업무에 집중하는 스마트워킹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가족들과의 시간 확보를 통해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용적인 부분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정시퇴근 운동으로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어 에너지 비용 절약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정시퇴근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차원에서 강제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사유서를 제출하면 얼마든지 야근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잔여업무를 집에까지 가져가는 사례도 많다. 또한 부서 분위기나 상사 스타일에 따라 실천이 힘든 경우도 많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 A씨는 “6시 반에 서버가 다운 되지만 사유서를 내면 연장할 수 있어 상당수의 인력들이 사유서를 제출해 야근을 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사유서를 내는 게 더 귀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우리 기업문화에서 상사가 먼저 퇴근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실천하기 상당히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업무 특성상 회의가 잦거나 내외부 고객과 접촉이 많은 부서, 일선 영업점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많다.
직장인 B씨는 “일단 근무시간은 강제적으로 줄였지만 업무량은 줄지 않기 때문에 근무지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일을 밖으로 갖고 가서 처리해야 하는 등 오히려 근무환경이 악화됐다”며 “업무시간만 줄일 게 아니라 새로운 인력 창출을 통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