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의 굴욕? 서울 경쟁률 ‘반토막’· 미달학과 속출

외고의 굴욕? 서울 경쟁률 ‘반토막’· 미달학과 속출

올해 서울 지역 외국어고교 신입생 모집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대 1까지 급전직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입학 경쟁률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3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6개 외고의 경쟁률을 잠정 분석한 결과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3.3대 1보다 크게 떨어진 1.4대 1로 집계됐다. 대일외고가 1.5대 1로 가장 높았고, 한영외고 대원외고 명덕외고 각 1.4대 1, 서울외고 1.2대 1, 이화외고 1.1대 1 순이었다.

일부 학교는 인기 학과로 꼽히는 영어과, 중국어과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이화외고는 영어과와 중국어과가 각각 0.86대 1, 0.85대 1로 미달했고 독일어과는 1.03대 1로 간신히 정원을 넘겼다. 서울외고는 영어과가 0.99대 1로 미달, 중국어과는 1대 1에 그쳤다. 한영외고도 영어과 1.1대 1, 중국어과 1.2대 1을 기록했다.

외고 입학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올해부터 중학교 영어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외고는 구술시험, 면접 등 자체 선발 시험을 실시해 내신 성적이 낮은 학생도 지원 가능했다.

교육 당국의 외고 억제 정책으로 올해 대입 수시에서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외고 출신 합격자가 줄어든 이유도 있다. 서울의 자율고가 지난해 2배 수준인 26곳으로 늘어남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의 고교 선택 폭이 넓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상 최저 경쟁률을 기록한 외고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 외고 교감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영어과, 중국어과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진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마감한 서울 지역 26개 자율고 일반전형 평균 경쟁률은 1.46대 1로 지난해 3.37대 1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한가람고가 3.34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이화여고 3.07대 1, 양정고 2.69대 1, 신일고 2.67대 1 순이었다. 숭문고 동성고 등 13곳은 모집 정원에 미달했다.

자율고 경쟁률 저조는 올해 학교 수가 크게 늘어난 탓이 크다. 또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 수준인 자율고가 과연 비싼 등록금만큼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학부모들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2곳 중 1곳에서 미달사태가 빚어진 자율고도 공황 상태다. 이들은 추가 모집을 하더라도 적잖은 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자율고가 충분한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교우위를 갖기 어려워 내년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