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집사’ 이준영 “저를 몰라보면 좋겠어요” [쿠키인터뷰]

‘일당백집사’ 이준영 “저를 몰라보면 좋겠어요” [쿠키인터뷰]
배우 이준영. 제이플랙스

MBC ‘일당백집사’에서 김집사(이준영)는 늘 미안한 게 많은 사람이다. 당찬 모습 뒤엔 동생을 앞세웠다는 아픔을 간직하고 산다. 의사인 자신이 동생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짓눌렸다. “그렇게 팔다리에 족쇄 채워놓고 살면 죽는다”는 삼촌 빈센트(이규한)의 말에도 “안 죽고 살지 않냐”며 씁쓸히 자조한다. 배우 이준영은 ‘일당백집사’를 연기하며 마음을 건드는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발견했어요.” 최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에서 만난 이준영은 ‘일당백집사’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일당백집사’는 망자와 대화할 수 있는 장례지도사 백동주(혜리)와 심부름센터 직원 김집사가 고인의 의뢰로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집사는 일련의 사건을 거쳐 동생을 죽게 만든 진범을 잡고 김태희로서 본래 인생을 산다. 최근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이준영은 ‘일당백집사’가 가진 인간미에 이끌렸다.

“판타지 요소가 있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다룬 작품이었어요. 고인들의 소원이나 서사를 보면 마음이 참 아팠어요.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저 역시 치유받곤 했죠. 극 중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진 뒤 애틋함을 확인하는 인물들이 여럿 나와요. ‘일당백집사’를 통해 소중한 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일당백집사’ 이준영 “저를 몰라보면 좋겠어요” [쿠키인터뷰]
MBC ‘일당백집사’ 스틸컷. 아이윌미디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같은 감정으로 공감하며 찍은 작품이다. 촬영기간은 6개월. 일반 16부작 드라마보다 길다. 그만큼 재미난 추억이 많았다. 촬영장을 방문한 이준영의 가족이 즉석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일도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김태희 캐릭터는 그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태희의 과거가 드러난 이후부터는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동생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은 촬영 전부터 오열했단다. 해당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보던 이준영은 “살면서 올해 제일 많이 울었다”며 현장을 반추했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현장에서 연기하는 순간까지 언제나 눈물이 나왔어요. 태희가 밝은 모습으로 일하던 건 동생을 잃은 아픔을 묻어두고 싶어서거든요. 태희가 느꼈을 괴로움과 외로움을 생각하곤 했어요. 마음이 힘들 때면 현장에서 기운을 얻었죠. 스태프분들이 매번 현장을 잘 조성해준 덕에 제가 태희 감정에 잘 몰입할 수 있었어요.”

클리셰를 충실히 따른 태희와 동주의 로맨스는 작품에 숨 쉴 틈이 됐다. 악연으로 만난 둘은 앙숙에서 동료이자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준영은 로맨스를 단계별로 나눠 접근했다. 감정이 널뛰지 않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혜리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할 수 있었죠. 덕분에 설렘을 유발한다며 ‘유죄인간’이라는 수식어도 생겼어요. 김성환 촬영감독님이 로맨스 신을 코치해주신 덕입니다. 하하.” 빈센트 역을 맡은 이규한과 호흡 역시 돋보였다. 베테랑 선배에게 많은 걸 배웠단다. “애드리브를 함께하며 여러 조언을 듣곤 했어요. 선배 덕에 경험의 힘을 다시금 느꼈죠.” 

‘일당백집사’ 이준영 “저를 몰라보면 좋겠어요” [쿠키인터뷰]
MBC ‘일당백집사’ 스틸컷. 아이윌미디어

이준영은 ‘일당백집사’로 유연함을 깨우쳤다. 앞선 작품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 중심으로 연기를 풀어가던 것과 달리, 동주와 빈센트가 바라본 태희를 생각하며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그러면서 느낀 건 동료애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 모두가 같은 감정인 것을 체감하며 새 동력을 얻었다. “지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모두가 진심인 걸 느낄 때마다 더 잘해보고 싶더라고요. ‘일당백집사’는 제게 그런 작품입니다. 애틋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듯, 시청자분들께도 ‘일당백집사’가 쉼표로 남길 바라요.”

그에게 2022년은 도전과 성장의 해다. 극과 극인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났다. KBS2 ‘이미테이션’에 이어 SBS ‘너의 밤이 되어줄게’로 또 한 번 아이돌을 연기했고, 넷플릭스 ‘모럴센스’에선 지후 역을 맡아 신선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외에도 올해에만 ‘일당백집사’와 영화 ‘황야’, 웨이브 오리지널 영화 ‘용감한 시민’, 넷플릭스 ‘마스크걸’(특별 출연) 등 작품 네 편을 촬영했다. “‘황야’에서는 마동석 선배님의 모자란 듯 정의로운 오른팔이지만 ‘용감한 시민’에서는 제가 오른팔을 거느린 악당입니다. 상반된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새 작품을 이야기하는 얼굴엔 흥이 가득했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자평해달라고 질문하자 더없이 흡족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묵묵하게 잘해왔어요. 주변분들 덕에 잘 나아갔죠. 뿌듯한 순간도 있었어요. 넷플릭스 ‘D.P’와 ‘모럴센스’ 때 제게 ‘얘가 얘였어?’라고 하는 반응을 꽤 봤거든요. 이번에도 제가 ‘일당백집사’의 태희라고 하니까 못 알아보는 분들이 계셨어요. 짜릿하고 신선했죠. 그동안 제 인생작이 tvN ‘부암동 복수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D.P’라고 말씀드리곤 해요. 연기로 틀을 깨는 맛을 알았거든요. 그래서 ‘용감한 시민’과 ‘황야’를 선보일 내년이 더 기대돼요. 새로운 이준영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소중한 시간을 쓰신 만큼 만족할 만한 연기를 했다고 자부해요. 또다시 저를 몰라보길 바랍니다. 하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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