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디즈니는 왜 아시아·태평양으로 눈을 돌렸나

100살 디즈니는 왜 아시아·태평양으로 눈을 돌렸나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가 열렸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이 디즈니 상징인 미키마우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콘텐츠가 디즈니의 다음 100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 이하 아태지역)에서 이야기를 발굴해 전 세계에 선보인다는 포부를 밝힌 지 1년. 그동안 디즈니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와 영화 등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왔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는 아태지역에서 2023년까지 50개 이상 신작을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들은 왜 아시아·태평양으로 눈을 돌렸을까. 디즈니는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아태지역 대규모 콘텐츠 쇼케이스를 열었다.

아태지역 콘텐츠, 디즈니 타고 전 세계로

디즈니는 이날 내년과 내후년에 공개할 극장 개봉작과 스트리밍 콘텐츠 등 신작 50여 편을 소개했다. 올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로 아태지역에 공개한 신작 콘텐츠만 45여 편이다. 현지 제작 아시아 콘텐츠 스트리밍 시간은 1년 전보다 8배 증가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아태지역은 기존 디즈니가 시도하지 않던 콘텐츠 공백, 일명 ‘화이트 스페이스’를 중요히 여긴다”면서 “지역적 특수성에 투자해 현지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 인도네시아 로맨틱 코미디 및 호러 장르가 대표적이다.

디즈니는 백년대계를 준비 중이다. 먼저 일본 유명 출판사 고단샤와 협업을 확대해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발을 넓힌다. ‘도쿄 리벤저스: 크리스마스 쇼다운 아크’를 디즈니+와 디즈니+ 핫스타에서 독점 공개한다. 고단샤가 제작한 원작 만화의 애니메이션 라이선스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도 전개한다. 한국 콘텐츠 비중 역시 확대했다. 내년 공개 예정인 아태지역 주요 콘텐츠 18편 중 한국 콘텐츠만 10편에 달한다. 캐롤 초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아시아·태평양에서 발굴한 이야기가 디즈니의 다음 100년에 중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디즈니가 더 넓은 세계무대에서 아태지역의 우수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가 열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K콘텐츠에 주목한 디즈니

디즈니는 K콘텐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올해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로 공개한 ‘빅마우스’, ‘사운드트랙#1’, ‘인더숲: 우정여행’은 공개 첫 주 아태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콘텐츠는 이날 발표한 각국 신작 50여 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디즈니는 K드라마와 예능, K팝 등으로 나눠 새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배우 이성경·김영광이 주연을 맡은 로맨스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류승룡·한효주·조인성이 출연하는 판타지 액션 ‘무빙’, 지창욱·위하준·임세미의 범죄 액션 드라마 ‘최악의 악’, 이연희·문소리·홍종현·유노윤호의 판타지 일상극 ‘레이스’ 등 신작 드라마를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 슈퍼주니어, NCT127의 다큐멘터리 네 편으로 K팝 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더 존 2: 버텨야 산다’, ‘형사록 2’, ‘사운드트랙 #2’는 시즌 2로 나온다. 최민식이 25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 ‘카지노’,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와 정해인·고경표·김혜준이 만난 ‘커넥트’는 디즈니가 주력한 작품이다. 디즈니 측은 “지난해 쇼케이스 이후 디즈니에게 여러 콘텐츠 제작 제안이 왔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30일(현지시간)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콘텐츠 쇼케이스를 열고 내년과 내후년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공개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스토리텔링과 브랜딩 경험, 디즈니의 100년 유산”

올해 100주년인 디즈니는 콘텐츠 다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먼저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을 다음 달 선보인다. 마블 스튜디오에선 ‘앤드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더 마블스’, ‘시크릿 인베이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로키 2’를 영화와 시리즈물로 공개한다. 월트디즈니 픽처스에선 ‘헌티드 맨션’, ‘인어공주’, ‘백설공주’, ‘무파사: 라이온 킹’, ‘피터 팬 & 웬디’ 등 원작 애니메이션을 재해석한 실사 영화를 선보인다. 루카스필름은 ‘스타워즈’ IP를 활용한 ‘만달로리안 3’과 ‘아소카’, 배우 이정재가 출연해 화제가 된 ‘애콜라이트’와 ‘스타워즈: 배드 배치’ 시즌 2,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 2, ‘인디아나 존스 5’를 공개한다. 픽사는 불과 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엘리멘탈’과 ‘원 오어 루즈’, ‘엘리오’, ‘인사이드 아웃 2’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선 ‘위시’, 아프리카 애니메이션 회사 쿠갈리와 함께 만든 ‘이와주’를 준비 중이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타사와 합작해 작품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연해진 디즈니의 변화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태지역에서도 신작을 대거 발표한다. 일본에서는 ‘도쿄 리벤저스’과 ‘간니발’, ‘드래곤스 오브 원더해치’, ‘하우스 오브 더 오울’을, 인도네시아에선 프랑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리메이크한 ‘더 탤런트 에이전시’와 ‘결혼 계약서: 더 시리즈’ 시즌 2를 선보인다. 호주·뉴질랜드에선 ‘더 아트풀 닷저’와 ‘더 클리어링’을 공개한다. 루크 강 대표는 “디즈니가 무궁무진한 아태지역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하고 소비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롤 초이 총괄은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과 브랜딩 경험은 디즈니의 100년 유산”이라면서 “디즈니의 차별성에 주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싱가포르=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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