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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생이 성인을 위로하나” 위문편지 폐지 청원 [동의하십니까]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위문편지 내용. 
서울 한 여고에서 군인에게 보낸 조롱하는 내용의 위문 편지가 논란입니다. 편지를 쓴 학생의 신상이 유출돼 성희롱 SNS를 보내는 등 사이버 범죄까지도 번졌습니다. 해당 학교에서는 결국 봉사활동에서 위문 편지를 빼기로 했습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이틀만인 14일 오후 12만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은 군인에게 보내는 위문 편지 작성을 학교에서 강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 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것”이라고도 적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에도 관련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12일 글을 올린 청원인은 “요즘 시대에 군인도 원치않는 위문편지를 학생들하게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날 오후 기준 2만여명의 동의, 청원 답변 요건인 1만명을 넘겼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위문편지를 검색하자 ‘OO여고 위문편지 신상’이 연관 검색어로 가장 먼저 뜬다.

논란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위문 편지 내용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습니다. 공개된 편지 내용을 보면 "저도 이제 고3이라 XX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군 장병들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편지를 작성한 학생의 얼굴, 이름 등 신상정보가 퍼졌습니다. 딥페이크(Deep Fake·유명인이나 연예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영상)를 만들어 유포하겠다며 협박까지 했습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희롱을 비롯한 수위 높은 악플도 달리는 상황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고등학교의 구글 및 카카오맵 등 리뷰를 통해 ’별점 테러’를 남겼습니다. 이에 SNS상에서는 ‘#OO여고는_학생을_보호하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이 올린 ‘위문편지 작성에 대한 유의사항’.

그러나 해당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반박이 제기됐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편지 작성을 강요했다는 겁니다. 또 학교는 ‘위문편지 작성에 대한 유의사항’ 안내를 통해 ‘학번, 성명, 주소(SNS 주소 포함),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기재 금지(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위문편지를 받은 한 군인이 이 학교를 찾아와 학생들을 당황하게 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유의사항에는 ‘군인의 사기를 저하할 수 있는 내용은 피한다’, ‘지나치게 저속하지 않은 재미있는 내용도 좋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사에 나섰습니다. 시교육청 조사 과정에서 위문 편지 작성에 대한 절차적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또 시교육청은 위문 편지 작성이 강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파악했습니다. 결국 해당 학교는 위문편지를 쓰지 않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편지 작성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형식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학교에서도 학생에게 편지 작성을 독려했다. 아이들이 강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관계자는 “전국교육과정에 따르면 봉사활동 소감문 작성이 봉사활동 시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연초에 학교교육계획에 의해 학교 교장의 결재가 나야한다. 그런데 해당 학교의 경우 위문편지에 대한 이 절차가 없었다”면서 “위문 편지가 봉사활동 내용에서 삭제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시교육청에 올라온 청원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답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SNS.

일각에서는 군인을 상대로 한 위문공연, 위문편지 등 문화가 군부 독재시절 잔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조선총독부가 소학교 학생에게 단체로 군대 위문편지를 쓰게 한 것이 시작이라는 겁니다. 해당 학교에서는 1961년부터 군대 위문편지를 써왔다고 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 “현행 교육과정상 봉사활동 범주에 적합하지도 않은 위문 편지 쓰기를 봉사활동으로 시행한 것부터가 시대에 역행하는 반교육적 행위”라며 “여성 청소년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발상은 기괴하기까지 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교조는 학교가 제시한 ‘위문 편지 작성에 대한 유의사항’ 안내를 들어 “위문 편지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 위험이 있음을 학교가 인지하고도 학생들을 위험에 내몬 것”이라고 꼬집었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하여 온·오프라인에서 공격과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상담을 시작했고 교육청에서는 성폭력피해지원센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피해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법적인 합성사진 등이 삭제되도록 하겠다”면서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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