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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요”…스포트라이트 꿈꾸는 ‘예비 주연’ [LCK]

지난해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은 불꽃 튀는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졌다. 1위와 6위의 승차가 단 한 경기일 정도의 역대급 혼전이 이어진 가운데 새로운 슈퍼 루키가 등장하기도 했고, 산전수전 모두 겪은 베테랑들이 전성기에 준하는 경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경쟁하듯 맹활약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모두가 주목받을 수는 없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들과 달리 누군가의 그림자 혹은 조연이 된 선수들은 팬들의 시선에서도 멀어졌다.

잠깐 몸을 웅크렸던 이들은 오는 12일 개막하는 2022 LCK 스프링에서 비상을 준비한다. 새 보금자리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담원 게이밍 기아 탑 라이너 ‘버돌’ 노태윤, 한화생명e스포츠 미드 라이너 ‘카리스’ 김홍조·정글러 ‘온플릭’ 김장겸, 광동 프릭스 서포터 ‘호잇’ 류호성은 “새해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미드 라이너 '카리스' 김홍조.   사진=임형택 기자

1군의 벽 체감한 유망주…이제는 알을 깨고 나올 시간(김홍조·노태윤)


2003년생 동갑내기 유망주 김홍조와 노태윤은 지난해 젠지 e스포츠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두 사람은 2020년 최고의 유망주를 가리는 ‘LoL 더 넥스트’에 참가했는데 김홍조는 준결승, 노태윤은 결승에 진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군과 육성군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키우던 두 사람은 결국 지난해 LCK 로스터에 포함됐다. 팬들은 차기 LCK 슈퍼스타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의 등장에 기대감을 나타났다.

먼저 선발 기회를 잡은 것은 김홍조다. 그는 2월 ‘비디디’ 곽보성(現 농심 레드포스)을 대신해 LCK 스프링 스플릿 DRX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마침 이날은 경력과 나이대가 비슷한 미드 라이너 ‘솔카’ 송수형(現 은퇴)과의 맞대결이 열려 특히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데뷔전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날 젠지는 DRX에게 세트 스코어 1대 2로 패했다. 김홍조는 세 경기 내내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반면, 연습생 시절부터 묘한 라이벌리를 형성한 송수형은 몇 차례 중요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홍조의 완패였다. 해당 경기 이후 김홍조는 LCK 출장 기록이 없다. 서머 스플릿에는 ‘LCK 챌린저스 리그(이하 LCK CL⋅2군)’로 샌드다운됐다.

노태윤은 그보다 늦은 7월 LCK 서머 스플릿 kt 롤스터와의 경기를 통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라스칼’ 김광희(現 kt 롤스터)가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발 기회를 잡은 것이다. 데뷔전에서 그는 ‘도란’ 최현준을 상대로 ‘제이스’와 ‘이렐리아’를 꺼내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뽐냈다. 이후 노태윤은 서머 스플릿 기간 4번 출전해 1승 3패를 기록했다. 패배는 아쉬웠지만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담원 기아 탑 라이너 '버돌' 노태윤.   담원 기아

잠재력을 입증한 노태윤은 ‘2021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7인 로스터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롤드컵 그룹스테이지에서 LCS(북미 프로리그) 팀 리퀴드, LEC(유럽 프로리그) 매드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국제대회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세계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LPL(중국 프로리그) 리닝게이밍 e스포츠(LNG)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노태윤은 맞상대인 ‘아러’ 후자러에게 완패하며 젠지의 패배의 결정적인 원흉이 됐다.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인 이렐리아를 꺼내고도 참혹한 성적을 거뒀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LNG전 악몽 이후 그는 롤드컵 잔여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영건은 당시의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김홍조는 “패배 이후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그 후로 솔로랭크에 매진했고, 형들의 스크림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당시 패배가 한 단계 ‘스텝업’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노태윤은 “게임하는 동안 형들에게 계속 미안했고,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그때 기억이 났다”면서도 “‘이렇게까지 져 봤으니까 다음에 만나면 갚아주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데뷔 첫해 1군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두 유망주는 2022년 알을 깨고 비상을 준비한다.

“2021년의 ‘카리스’는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지난해보다 올해는 더 나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김홍조)”

“2022년에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어요. 아쉬운 모습도 나오겠지만, 아쉬운 게 3 정도면 좋은 모습은 7? 팬분들에게 계속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노태윤)”

광동 프릭스 서포터 '호잇' 류호성.   광동 프릭스

슈퍼스타의 그늘에 가려진 ‘언성 플레이어’…이제는 증명할 때

LoL의 서포터는 ‘헌신’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위험을 무릎 쓰고 시야를 밝히고, 교전이 발생했을 때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진으로 돌진해야 한다. 작년 T1에서 다른 선수의 그림자가 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해온 류호성은 헌신이라는 단어와 퍽 잘 어울리는 선수다. 그러나 그런 그도 언제나 주전을 향한 갈증에 목말라 있었다. 

류호성은 잔뼈가 굵은 선수다. 담원 게이밍(現 담원 기아)의 원년 멤버로서, ‘2017 LoL 챌린저스 리그(이하 롤챌스) 서머 스플릿’에서 원거리 딜러 ‘베릴’ 조건희(現 DRX)와 함께 바텀듀오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듬해 조건희가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주전경쟁이 시작됐다. 2019년 조건희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류호성은 서브로 밀렸다. 2020년 담원 게이밍이 ‘소환사 컵’을 들어 올렸을 때 류호성의 경쟁자는 명실상부한 ‘세체폿(세계 최고의 서포터)’으로 거듭났다.

류호성은 지난해 담원을 떠나 T1으로 이적했다. 그는 T1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스태프 노릇을 했다. T1 챌린저스 소속으로 스프링 스플릿을 맞이했지만, 단 한 차례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1군으로 콜업 된 서머 스플릿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팀 내부 훈련에서 주전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의 스파링 파트너로 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팀에 헌신했다. 류호성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에 T1 바텀은 리그 최고로 거듭날 수 있었다.

류호성은 2021 시즌이 끝난 뒤, 한솥밥을 먹던 ‘테디’ 박진성, ‘엘림’ 최엘림과 함께 아프리카 프릭스(現 광동 프릭스)로 이적했다. 조건희와 류민석이라는 최정상급 서포터의 그늘 뒤에서도 늘 헌신했던 ‘언성 플레이어’는 그토록 바라던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이제 류호성이 할 일은 실력을 증명하고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를 긍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류호성은 “경기에 나가지 못해서 화도 나고 답답한 마음은 있었다. 그래도 나보다 다른 선수들의 실력이 더 뛰어난 것은 사실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력을 끌어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기회를 얻었으니 2022년은 저를 증명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팬분들이 걱정과 의심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정글러 '온플릭' 김장겸.   사진=임형택 기자

실언 그리고 몰락…성찰한 베테랑은 재기를 꿈꾼다

치명적인 실언으로 모든 것을 망친 선수도 있다. 팀 배틀코믹스(샌드박스 게이밍→현 리브 샌드박스) 소속으로 ‘2018 롤챌스 서머 스플릿’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김장겸의 이야기다.

그는 데뷔 한 시즌 만에 밟게 된 LCK 무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이듬해는 슬럼프를 겪으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2021시즌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경솔한 언행으로 모든 것이 엎질러졌다. 그는 지난해 솔로랭크를 진행하던 중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사용해 큰 비난을 받았다. 라이엇게임즈는 김장겸에 3경기 출장 정지 및 100만원의 벌금을 내렸고, 소속팀 리브 샌드박스 역시 LCK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 전 경기 출전 금지와 벌금 300만원, 사회봉사 30시간 이행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김장겸이 빠진 리브 샌드박스는 봄 시즌 내내 흔들렸다. 

2021 LCK 서머 스플릿, 리브 샌드박스는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여주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담원 기아와의 승차는 단 1경기였다. 징계가 끝나 다시 1군 로스터에 복귀했지만, 김장겸의 자리는 없었다. 팀 동료 ‘크로코’ 김동범에게 밀리며 벤치를 지킨 것이다. 그는 지난 서머 스플릿 단 한 번의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시즌이 모두 끝나고 김장겸은 희로애락을 함께한 리브 샌드박스를 떠나 한화생명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에게 징계 이후 심경을 묻자 “자책감이 정말로 컸고, 제 경솔한 언행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에 너무나도 죄송했다”며 “이런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평소 언행과 습관을 돌아봤다”고 답했다. 이어 “2022년은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던 해였다”며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2022년을 맞이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2019년 LCK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자신의 실책으로 많은 것을 잃게 됐다. 오랜 성찰의 시작을 가진 그는 이제 베테랑으로서 다시 한번 재기를 꿈꾼다. “2022년은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시기입니다. 동료들 모두 열심히 잘하고 있기에 조금은 더 기대해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서로 다른 이유로 마음앓이를 네 사람은 더욱 단단해졌다. 2022년, 이들이 써낼 반전 드라마를 기대해본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사진=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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