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3기 신도시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사비 인상, 보상 문제 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3기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공급 대책도 꼭 신도시의 신규 택지만이 아니고 기존 택지를 재활용한다던가, 기존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많다”며 “공급 방안도 다양하다. 공급도 속도를 충분히 내면 걱정할 상황은 전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기 신도시 대신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3기 신도시를 통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 개발은 문재인 정부가 시작해 윤석열 정부, 이재명 정부까지 이어진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총 수도권에 3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개발 방향으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 자녀를 키우기 좋고 친환경적인 도시 등을 내세웠다.
3기 신도시는 전국 8곳, 사업 면적 330만㎡(약 100만평)를 넘어가는 땅에 조성된다. 약 32만8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남양주왕숙(7만5000호) △하남교산(3만7000호) △인천계양(1만7000호) △고양창릉(3만8000호) △부천대장(1만9000호) 등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5개 지역 공급 규모는 총 18만5796호에 달하며 지난해 착공에 돌입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3기 신도시의 빠른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 정보’에 따르면 2025년 입주 물량은 27만4360가구로 전년(33만1729가구)대비 5만7369가구 감소했다. 2026년에는 19만773가구로 예상돼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2023~2024년 주택 착공 실적이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대비 반 토막 난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착공 이후 입주까지 2~3년 정도 소요된다.
문제는 3기 신도시 물량의 절반 이상이 2030년 이후에나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의 입주 시기를 빠르면 2025년으로 계획했지만, 현실은 계획보다 최대 5년이나 지연된 셈이다.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광명시흥의 경우 2029년 착공을 시작으로 2031년 입주, 화성진안과 의왕군포안산은 2033년 입주 목표다.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사업 속도가 느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19년 12월 98.63을 기록해 5년간 32%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란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로 건설공사 물가 변동 분석의 기준이 된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건설공사비지수가 상승했다.
토지 보상이 늦어진 것도 3기 신도시 사업 속도를 늦췄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5곳 중 하남교산과 고양창릉은 토지 보상이 완료됐지만, 남양주왕숙, 인천계양, 부천대장은 아직 토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았다. 남은 3곳의 토지 보상과 관련해 주민들과 원활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1800개 공장과 제조업체, 군부대 등이 위치해 있는 상태다.
전문가는 공사비나 보상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3기 신도시는 공사비 인상, 보상 문제가 있어서 속도를 내기 어렵다”며 “민간 개발의 경우 보상을 빠르게 처리해 줄 수 있는데 공공 개발은 보상 금액이 정해져 있어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방부와 군부대 이전을 빠르게 협의할 예정이다. 더불어 토지 보상을 완료했는데도 이주하지 않은 기업들의 이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2021년 2월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했지만, 지구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지역은 용적률을 상향하는 등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